독서다이어리

탐험의 시대(Worlds to Explore)

센타우리인 2018. 3. 1. 21:13



제목: 탐험의 시대(Worlds to Explore)

작가: 마크 젠킨스(엮음)

역자: 안소연

발행: 지호


 설 연휴 동안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설 당일 하루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다녀 오는 것 외에는. 며칠 째 읽고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탐험의 시대를 마저 읽을 수 있었다. 약 백년전 과거, 오래 전이긴 하지만 현재의 문물과 크게 이질감이 없는 시대의 탐험가들이 들려 주는 흥미로운 모험담을 따스한 방에 업드려 읽을 수 있는 건 행복이라 할만 하다. 이 책에는 19세기 말 부터 20세기 초까지 아직 교통과 통신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직전에 내서널 지오그래픽에 실렸던 오지(奧地) 여행글 중 가장 재미있는 것 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지금 우리가 게임이나 영화로 접할 수 있는 어드벤쳐 쟝르의 실제적인 원형이라 봐도 될 것 같다.


 자신의 주변을 탐험하고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의 본능이다. 생명은 태어나면서 부터 탐험을 시작한다. 누워 있는 아기는 천장에 매달린 모빌을 손으로 잡아보고 싶어하고 걷기를 시작한 어린이는 혼자 대문을 나와 골목을 한바퀴 혹은 두바퀴 돈 뒤로 집으로 귀가하며 길을 잃지 않은 안도감과 더불어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는 커다란 환희를 느낀다. 인간이 성장할 수록 탐험의 범위는 점점 넓어졌다. 탐험의 시대라는 이책의 제목처럼 20세기 초는 정치나 전쟁사적인 면에서도 중요한 시대지만 탐험사 측면에서도 우리가 정형적으로 알고 있는 모험에 해당하는 여행을 한 마지막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후의 시대는 빨라진 교통과 통신덕에 비교적 편하고 또, 백년전 보다는 서로 더 많이 알고 있으므로 이방인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은 거의 없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같은 지역을 같은 방법으로 여행해도 이 책이 주인공들 처럼 같은 모험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탐험의 시대는 7개의 카테고리에 총 26개의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다. 편집자인 마크 젠킨스는 후기에서 1888년부터 1957년까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수천편의 글 중에서 이 이야기들을 선별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프리카, 하늘, 바다, 사막, 중앙아시아, 밀림, 중동, 동토(凍土) 이렇게 나뉘어진 큰 카테고리 마다 서 너개의 매력적인 여행담들이 실려있다. 역시 제일 처음 나오는 에피소드는 아프리카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막연히 탐험대를 연상할때 제일 처음 떠오르는 이지미와 틀리지 않는 그런 내용들이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대형선박을 타고 대륙을 넘어 여행하는 영화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서문과 엮자의 머릿말을 지나면, 정치가이자 탐험가이기도 한 미국 26대 대통령 테오도어 루즈벨트가 임기를 마치고 이끈 대규모 아프리카

탐험대부터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의 기준에서 보자면 비난의 소지도 있을 법한데 그 당시엔 자연사박물관의 후원까지 얻으며 수렵사냥을 떠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죽은 코끼리를 앞에서 찍은 루스벨트의 사진도 실려 있다. 펠릭스와 포터라는 부부의 아프리카 초보 사냥여행도 재미있다. 발 킬머 주연의 영화 '고스트 앤 다크니스'의 원작인 '차보의 식인사자(The Man-eaters of Tsavo, 1907)'를 읽은 부부는 백인 안내인의 도움으로 사자 사냥을 나선다. 아마도 그 당시엔 관광객을 상대로 사냥 안내를 해주는,  지금으로 치면 패키지 여행상품 같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밤에 들리는 사자들의 포효를 듣고 겁에 질리는 장면도 들어 있다. 그 외에 하즈(Hajj, 메카를 순례하는 이슬람교의 다섯기둥 중 하나)에 참여한는 이교도의 이야기, 중앙아시아를 횡단하다 몽골인들에게 죽을 고비를 넘기는 탐험가 이야기, 대서양을 비행기로 처음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와 그 아내 앤 모로의 북대서양 비행 등 비록 글이지만 손에 땀을 쥐고 읽을 만한 스릴있는 에피소드들이 실려있다. 


 기술이 발달할 수록 탐험의 범위는 점점 커져 간다. 멀지 않는 미래에 행성간 유인탐험도 하게 되겠지만 한 세기전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는 지구 여기저기를 여행한 마지막 구식(?) 탐험대들의 이야기는 향수와 흥미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벌써 책 표지에 그려진 탐험 모자의 실루엣만 봐도 가슴이 두근 거리는 이들은 편집자가 세심하게 아프리카, 밀림, 바다와 섬 등으로 안배한 이야기들을 전부 다 읽기 전엔 이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