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2(Cars 2, 2011)
감독: 존 래스터, 브래드 루이스
목소리: 오웬 윌슨, 마이클 케인, 래리 더 케이블 가이
한국어 목소리: 찾는 중..
휴가가 시작되는 지난 일요일 며칠전 부터 벼르던 픽사의 카 2를 보러 조카들과 극장에 갔다. 원래 계획은 자막 버전을 보는 것이었는데 벌써 다 내려오고 우리말 녹음 한 프로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2주일도 안돼 극장에서 자막버젼이 내려 오다니..'픽사 애니의 인기가 이렇게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아쉽게도 우리말 버젼(더빙판)을 봐야 했다.
2006년에 개봉된 '카'는 나스카 레이싱의 신예로 떠오른 '라이트닝 맥퀸'에 관한 이야기다. 나스카(NASCAR)란 전미 스톡카 경주협회를 말하는 것으로 국내엔 F1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미식축구만큼 인기있는 대단히 미국적인 스포츠이다. 트랙이 F1처럼 코너 구간과 직선 구간이 번갈아 있지 않고 오로지 오벌트랙이라 불리는 세모난 타원에 가까운 트랙을 돌기 때문에 지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수십대의 스톡카들이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뭉쳐서 달리기 때문에 순위의 변동은 오히려 F1보다 더 심하고 사고날 확률도 높아 긴장감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원래는 밀주업이나 밀매를 하던 사람들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레이싱을 익혔으나 1947년 나스카가 정식으로 출범하며 이런 스피드광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카의 주인공 맥퀸은 이런 나스카 레이싱에 참가할 수 있도록 개조된 스톡카로서 일반 양산용 자동차와는 달리 모양과 무게등이 경주의 규격에 맞게 제작된, 성능만 따져본다면 일종의 슈퍼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리즈 두번째 영화에서는 경주가 끝난 후 잠깐 래디에이터 스프링에 들른 맥퀸이 '메이터'의 실수로 '베르누이'와 자존심을 건 경주에 참가하게 되며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베르누이는 이탈리아 경주용 차로서 딱 봐도 F1레이싱의 최강자 페라리를 연상시킨다.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영화로 성사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실사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 쪽이 어울린다. 거기다가 그랑프리 경주가 일본을 시작으로 세계각지의 유명한 도시를 관통하는 트랙에서 열리고 또한 각국의 슈퍼카들이 개성있게 캐릭터화 되어 화면에 등장함으로써 더 흥미롭다. 거기다 007 영화 같은 스파이 무비의 이야기가 얹어지고, 액션과 경치, 스타배우(수퍼카들)가 잘 맞아 떨어지면서 영화홍보카피 그대로 블록버스터가 되었다. 워낙 메세지 있는 이야기에다가 감동과 유머등이 유명하여 언급 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픽사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액션신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인크레더블'은 물론이고 가까운 '업'을 보더라도 비행선 위에서 개들과 벌이는 유머러스한 액션신들은 매우 독창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카2에서의 액션들이 다른 픽사의 영화들과 달리, 전작들이 비록 심각한 메세지들은 아니었더라도 애니메이션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대부분 담고 있었던데 비해, 액션 자체를 위한 액션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픽사의전작들과 차별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실, 픽사의 영화들은 항상 인간적이고 애니메이션이 담을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메세지와 감동을 주었지만 거듭되는 비슷한 이야기들 중엔 손발이 오글거리는 것들도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디즈니 애니들이 가지고 있는 혹은 미국산 애니메이션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성향들인 동시에 미국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을 중시하고 보수적인 문화의 일부이기도 하다. 인크레더블은 그 틀을 유지한 채 수퍼영웅들의 뒷얘기를 액션과 함께 풀어냄으로서 기존 픽사의 따뜻한 감성들과는 다른 신선한 감각을 선보였었다. 이번 카2는 인크레더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대형 실사영화들에 버금가는 물량 공세를 보여준다. 비록 따뜻한 감성들은 축소되거나 지나쳐지지만 명품 액션은 여전히 살아있다.
예날 영화에는 총천연색이라는 단어와 함께 등장하는 익숙한 단어가 올로케이션이다. 셋트를 사용하지 않고 현지에서 직접 촬영했다는 말일터인데, 해외 여행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절 영화관으로 관객을 모으는 요소 중 큰 역할을 했다. 이국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배경으로 007처럼 액션을 한다거나 멋진 로맨스가 펼쳐지는 그런 영화들의 포스터들에는 빠지지 않던 단어이다. 카 2에 로케이션이란 말은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컴퓨터에서 창조된 가상세계에서 실제 풍광들을 흉내내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게임세대들에게 '그래픽 좋다'는 것은 현실과 닮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에 멋지게 보이던 유적이나 거리도 실제로 가보면 별 것 아니게 느꼈던 적이 있는 것처럼 풍경을 아름답게 느끼게 하는 것이 '사실적이다'는 것과는 별개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카2를 보며 느낀다. 과장된 원색의 색깔과 극단적인 구도들이 '그래픽 좋다'라는 경험과 맞물려 실물보다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른 CG 애니메이션들이 실물과의 차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CG 방향을 잡고 있을때 픽사는 실물보다는 실사영화 쟝르에 도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도 해본다. 자동차들의 세상엔 당연히 음악도 'The Cars'의 노래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