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 맨(The Amazing Spider-Man, 2012)
제목:어메이징 스파이더 맨(The Amazing Spider-Man, 2012)
감독: 마크 웹
배우: 앤드류 가필드, 엠마 스톤, 리스 이반스
헐리웃 영화들의 소재가 고갈되었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자꾸만 과거로 과거로 눈을 돌리는 것 또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회귀의 그 시초는 블스터의 시조라고도 할 수 있는 스타워즈로 봐야한다. '제다이의 귀환(1983)'에서 이미 완결된 이야기를 천역덕스럽게 끄집어내어 에피소드 1이란 부제를 붙여 '보이지 않는 위험(1999)'을 만든 것도 모자라 올해초에는 3D로 변환하여 개봉까지 하였다. 덕분에 어린시절 보았던 스타워즈 3편은 졸지에 에피소드6 으로 불리게 되었다.
스타워즈가 새로운 시리즈를 낸것은 마지막 영화가 개봉된 후 약 16년이 흐른 뒤이다. 16년이란 세월은 모든 영광들이 전설로 살아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슈퍼맨은 Return 하는데19년이 걸렸고, 배트맨은 8년이 걸렸다. 점점 짧아지는 컴백시기가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에 와서는 5년으로 짧아졌다. 올해 개봉되는 굵직한 영화들 중엔 시리즈의 후속작들이 더 많아 보인다. 맨 인 블랙을 시작으로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배트맨도 이번 주 컴백 예정이다. 또 앞으로 인디아나 존스와 터미네이터 같은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한 영화들이 컴백 예정들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은 가장 짧은 시간에 리메이크 되어 사람들의 기억속에 전 시리즈의 잔상이 가장 많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시점을 앞서 언급한 다른 시리즈처럼 앞이나 뒤로 돌리지 않고 같은 시점을 택했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전편을 뛰어 넘을 수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까. 몇가지 설정이 차이 나긴 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에선 스파이더 맨 1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은 같은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타이타닉의 개봉 날짜가 다가오자 언론들은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를 두고 영화자체가 제2의 타이타닉이 될 것이라고 비아냥 거렸다. 헐리웃 영화사상 해양영화가 히트한 경우가 드물거니와 - 사상최고의 제작비가 들어간 '워터 월드(Waterworld, 1995)'는 흥행에 참패했고 캐빈 코스트너도 이 영화를 정점으로 내리막 길을 걸었던 점을 상기하자 - 이미 카메룬은 아바타의 해양판이랄 수 있는 '어비스(The Abyss, 1989)'로 한번의 실패를 맛 본 후였다. 타이타닉이 성공한 이유로는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실제 타이타닉 참사를 그대로 옮긴 영화의 스케일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잭과 로즈의 안타까운 러브 스토리가 주요 했다고 단정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최신작이 지난 버젼과 겨우 5년의 시간차를 두고 제작되었으므로 테크놀러지로만 볼때는 관객들이 체감할 만한 비주얼차이는 보여주지 못한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스파이더 맨이 전 시리즈와 차별화 된점이 있다면 애틋한 로맨스가 아닐까 한다. 로맨스 영화에선 주인공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세력들이 커야만 관객들이 체감하는 사랑의 깊이가 커진다. 타이타닉이나 '사랑과 영혼(Ghost, 1990)'처럼 주인공을 갈라놓은 세력이 죽음일때 더욱 그들의 사랑은 애틋해지고 관객은 눈물을 훔치게 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은 전작에 비해 주인공 들의 로맨스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전개하는 스타일도 약간 신파적이어서 가벼운 사랑이 당연한 것 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가족들의 생사를 건 러브 스토리는 진부함 이전에 묵직한 느낌을 전달한다. 전작에서 토비 맥과이어와 커스틴 던스트의 사랑이 피자 배달(?)과 여 주인공의 뮤지컬 데뷰 사이에서 비교적 가볍게 왔다갔다 했던 점을 생각하면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의 로맨스는 비록 감각적인 영상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고전영화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고 봐야한다. 한편으론, 이 영화의 감독이 로맨스 영화의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는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 2009)'를 만든 마크 웹이라서 의외라는 느낌도 든다. (필자는 손수건을 꺼내야 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스파이더 맨 보러와서 펑펑 울 줄이야.)
그러나, 새로운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앞날이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스파이더 맨은 로맨스 무비가 아니다. 정해진 틀에서 새로움을 찾아야 하는 쟝르영화인데다가 경쟁자들이 즐비한 수퍼히어로 무비아닌가. 더구나 스파이더 맨은 '아이언 맨(Iron Man, 2008)'처럼과 중동의 분쟁지역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도 없다. 스파이더 맨은 항상 뉴욕에 있어야 하는 공간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마천루가 있어야 날아다닐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양적으로 부쩍 성장한 수퍼히어로 무비들 사이에서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은 계속 살아 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