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타우리인 2014. 1. 25. 18:52

 

제목: 변호인

감독: 양우석

배우: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영화를 그냥 영화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작품엔 그 시대의 생활, 사회, 경제, 문화 모든 요소들이 녹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변호인>이 왜 천만을 넘는 흥행을 기록했는지 또 왜 이 영화가 나와야 했는지, 현재 2014년 이 시점에서 한국사회를 들여다 보면 설명이 될 수 있다.

 

 사실 이 영화가 개봉하고 홍보가 한창일때, 보는 것이 겁이 났다. 오래전 첫사랑을 만나는 것이 약간은 가슴 아픈 것처럼 관람후에는, 영화가 잘 나왔든 그 반대든 아플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만약, 고인이 아직도 살아계셨다면 이 영화를 만들어지지 않았을테고 대신 가끔씩 논두렁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그분을 분명 TV에서 가끔 볼 수 있었을텐데.

 

 우리 어머니께선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을 아직도 가지고 계신다. 지금은 조카가 그린 미술작품이 안방 액자에 담겨 대신하고 있지만 얼마전 까지만 해도 안방액자엔 박정희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그 액자에 담겨 안방 옷장 한켠에 올라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지도자 혹은 리더의 존재란 그런 것이다. 그사람이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고, 잘못된 일을 많이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건 역사나 정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고, 보통사람들은 그 리더의 보고 싶은 이미지만을 기억하게 된다. 케네디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한 기간은 3년 남짓이지만 아직도 그를 이상적인 리더로 미국인들은 기억한다. 올리버 스톤의영화 <닉슨>에서 안소니 홉킨스는 케네디의 초상화 앞에서 "사람들은 당신을 보며 그들의 꿈을 보고, 나를 보며 그들의 현실을 본다( When they look at you, they see what they want to be. When they look at me, they see what they are ...)."라고 독백한다. 사람들은 리더에게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볼려고 한다. 그 지도자가 얼마나 공과를 쌓았는지는 사실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 세대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먹는 문제가 문제였다. 그리고, 내가 살아온 시대에는 먹는 문제뿐만 아니라 어떻게 먹고 사는지가 문제였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 기성세대 되면 또 그 시대의 문제에 맞는 리더를 선택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는 5공 청문회때 군사정권의 실세들 앞에서 불같은 호통을 치던 정의로운 투사의 이미지인데, 영화 변호인은 그런 이미지를 형상화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보는 리더의 모습이 있다. 부당한 권력 앞에 타협하지 않는 당당함, 그러면서도 밀짚모자를 쓰고 막걸리를 마시던 소탈한 모습, 또 담배를 끊지 못하던 범부의 모습까지 사람들이 바라는 혹은 그들이 되고 싶은 모습을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 '송변'이 법정에서 호통치는 장면, 돼지국밥을 먹는 모습에서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