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다이어리

총, 균, 쇠

센타우리인 2016. 6. 19. 09:30

 

  2014년 8월에 구입한 것으로 되어 있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드디어 다 읽었다. 이 책도 거의 2년 걸려서 읽은 셈이다. 책을 사기만 하면 읽는데 주로 2년이 걸린다. 오래전에 <문명의 붕괴>를 읽고 감탄하여 그의 다른 저서를 더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저자가 쓴 책중에 문명 3부작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총, 균, 쇠'(이하 총균쇠)는 그 문명 3부작 중 제일 먼저 씌어진 책으로 1998년 퓰리쳐상을 수상한 명저이다. 또, 최근 몇 년간 서울대도서관 대출 순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필독서이기도 하다. <문명의 붕괴>보다는 좀 더 전문적이고 어렵다는 것이 총균쇠를 다 읽은 후의 느낌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생리학자로서 생태학뿐만 아니라, 고고학과 언어학 인류학등에 전공학자에 버금가는 방대한 지식을 가진 석학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풀어주는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발전 방향은 보통의 상식으론 상상하기 힘든 뜻밖의 진행과 의외의 결과로 흥미를 준다.

 얄리의 질문
 프롤로그에 저자는 조류 연구를 위해 뉴기니에 머물던 당시에 원주민 친구 얄리로부터 받은 질문이 이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밝힌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켰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했는가?"
이것이 얄리의 질문이다.

 유럽인들이 문명을 발전시켜 신대륙을 점령하고 다시 그 신대륙에서 문명을 발전시켜 세계를 제패하는 동안 얄리같은 뉴기니인들은 왜 그처럼 하지 못했는가? 인종간의 유전적 차이에서 오는 능력의 차이인지 환경과 지리적인 잇점이 작용해서 인지 아니면 인과관계가 없는 우연의 산물인지, 신대륙인들이 구대륙을 점령하지 못하고 왜 그 반대로 역사가 진행되었는지, 얄리의 질문은 각 문명들간의 불평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이가도 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4개의 큰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얄리의 질문에 대한 해답에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다.
 

 1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

 인류의 기원이 되는 유인원의 발생은 약 B.C. 700만년 전 아프리카 남쪽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이 선행인류들은 아프리카 위쪽으로 이동하면서 B.C. 250만년전엔 다른 영장류와 확연히 구분되는 현생 인류의 시초로 볼 수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타난다. 왼쪽 그림처럼 아라비아 반도와 동남아시아를 거쳐 자바섬에서 발견된 자바원인(호모 에렉투스) 화석의 연대가 B.C. 100만년 전이고 유럽에는 B.C. 50만년 전부터 인류의 흔적이 나타난다고 한다. 시베리아를 거쳐 당시엔 연결되어 있었을 베링해협을 통과하여 북, 남 아메리카 대륙 순으로 인류의 확산이 이루어졌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인류의 조상들이 여러 대륙으로 퍼지는 동안 가장 중심이 되었던 지역은 바로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불리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여러 곳으로 갈라졌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작물과 가축화된 대형동물들의 서석지였고 인류 첫 문명의 발상지가, 여러대륙으로 갈라지는 운명의 선택지이기도 한것이 왠지 우연은 아닌 것만 같다. 
 
 2부. 식량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발전속도와 방향, 팽창에서 발생하는 문명간의 차이와 불평등에 관한 긴 이야기를 들려 주는 '총균쇠' 전체의 내용을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하는데 적합한 사건으로 스페인의 프란스시코 피사로가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를 페루의 고지대 도시 카하마르카에서 생포한 일을 꼽고 있다. 아타우알파는 8만명의 잉카대군을 이끌고 있었고 피사로에겐 겨우 170여명의 스페인 병사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싸움의 결과는 놀랍게도 스페인군의 압도적 승리로 끝이 났고 잉카황제 아타우알파는 생포되는 굴육을 당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사건은 각 문명의 발달이 여러가지 요건에 의해 진행되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큰 격차를 만들어내고야마는 극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수렵형 생활에서 정주형 생활방식으로의 변환과 작물화된 식물과 알맞은 토양과 기후는 잉여생산이 이루어져 식량이 비축되고 그 잉여식량이 직접적인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전문가와 정치가를 둘 수 있는 여유를 가져온다. 그리고, 그런 생산의 차이가 시간이 감에 따라 문명발전의 더욱더 큰 격차로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

 

 3부.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
 비옥한 초승달 지역을 비롯한 고대문영이 일어났던 곳은 모두 식량생산이 가장 먼저 이루어졌던 지역들이다. 특히, 비옥한 초승달로 불리는 지역에서 발생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주변 문명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의 앞부분에 강조된 것처럼 문명간의 불평등은 인종간의(구성원간의) 능력차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비옥한 초승달 지역과 아메리카 대륙을 비교할때  작물이라든가 가축등의 분포에서부터 전파되는 지리적 환경까지 여러면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아메리카 대륙의 부족한 작물과 가축하기 어려운 대형동물들은 정보들이 전달되기 어려운 남북방향의 좁은 대륙 연결지역들, 이러한 차이들은 문명의 지속적인 발전을 늦추는 역할을 하게 되었고 수천년이 흐르면서 얄리가 질문한 화차와 화물의 양에서 차이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또한, 화물의 차이는 스페인군대가 잉카를 점령한 것첨 지배하는 문명과 지배받는 문명의 운명을 결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4부. 인류사의 발전적 연구과제와 방향
 '총균쇠'는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점령한 것이 인종적인 우월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학설에 대한 강력란 반

론이자 문명의 발달에 따른 기술과 과학의 잇점으로 신대륙을 점령한 것이 아니라, 정복자들의 최고의 무기는 병원균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의 허를 찌르는 이야기로 공상과학소설과 같은 흥미진진함을 안겨 준다. 허버트 웰즈의 소설 '우주전쟁'에서도 화성인들을 물리친 것은 총이나 쇠가 아니라 '균'이지 않았는가? 병원균을 가지는 사회는 위생적으로 불결하고 미개하다는 일반적 상식을 이 책은 바꿔주기도 한다. 질병이 발생할려면 우선 정주형생활을 하여야하고 식량을 생산해야 하고 밀집도 높은 일정크기의 인구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숙주를 옮겨가며 상당기간 생존할 수가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문명화된 사회가 야만적인 수렵형 사회보다 많은 병원균을 가질 수 있고, 그에 대한 면역체계가 문명화되지 못한 사회에 비해 발달했을때 병원균을 전파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우월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소개된 '총균쇠'는 증보판으로 일본과 한반도 사이의 문명전파와 고대인들의 이동에 관한 이야기도 추가로 들려주고 있어 흥미롭다. 책의 서두에 나오는 얄리의 질문은 사실 누구나 한번쯤 품어보는 의문이 아닐까 싶다. 얄리의 질문을 우리사정에 맞춰 바꿔보면 왜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인류역사에 한번도 주역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는가? 우리는 주변 강대국들에게 시달려왔지만 아직도 생존하고 있는데, 가령 일제강점기같은 치욕의 역사를 피할 수는 없는 것이었나? 등등. 지난 20세기는 아마도 전쟁의 세기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히틀러는 다른 민족을 말살하고자 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유럽인들이 많은 화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리적인 위치를 잘 잡은 행운이 따랐을 뿐이지 결코 유럽인들이 다른 종족에 비해 우수해서 문명과 정복전쟁에서 승리하지 않았음을 설득력있게 얘기한다.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문명화된다는 것은 이웃부족이나 이웃나라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의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총균쇠로 앞선 문명을 가진 사회는 그들보다 화물을 가지지 못한 사회를 예외없이 정복하거나 멸망시켰다. 즉, 문명화가 생존과 공존 혹은 정복이라는 생명의 본성을 바꾸지는 못하는 것 같다. 또, 한가지 이책에서 주장하는 재미있는 것은 중국이 많은 인구와 많은 발명품들을 가지고 식량생산도 일찍 시작한 편에 비한다면 세계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못했다고 볼 수있는데 그 이유를 일찍부터 통일되어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던 중국의 역사가 서로 작게 나뉘어 경쟁한 유럽국가들보다 변화라든가 혁신에 다소 느슨학게 반응한 것이 유럽국가들보다 근대에 들어 뒤쳐지게 된 이유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총균쇠'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세계사보다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하게 인류가 지내온 시간들을 설명하고 있다. 문명이 태어나고 멸하고 발전하고 정복하고 등 문명의 수명에 관한 매우 지적인 탐험이자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깨어 주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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