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비친세상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센타우리인 2011. 8. 21. 23:46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

배우: 제이스 프랭코, 프리다 핀토, 앤디 서키스

 

 잊을만 하면 나오는 영화가 '혹성탈출'이다. 혹성탈출을 보면 뭔가 모를 두려움과 징그러움을 느끼게 된다. 영장류 중에 가장 지능이 높은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세상을 비틀어 다른 영장류가 지구를 지배하는 세상을 상상한 것이 '혹성탈출'의 매력이지만 반면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에게 지배당한다는 가정이 불쾌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반된 감정이 새 혹성탈출이 나오면 자연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 영화가 결정적 히트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것 같기도 하다. '2001 오딧세이'의 첫 장면에 웅장한 '짜라투라스는 이렇게 말했다'가 울리며 도구를 던지는 영장류가 인간이 아니고 침팬지였다면 지구의 주인은 혹성탈출의 내용대로 원숭이들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시리즈 블록버스터들은 과거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이런 트렌드의 물꼬를 튼 것은 아마도 스타워즈일 것이다. 이미 끝난 시리즈에 생명을 불어 넣을려면 끝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보다 처음의 시간으로 돌아가 이야기가 탄생된 경위를 재설명하고 심화시키는 것이 의외성과 관심을 끄는데 유리하다. 끝난 이야기에 집착하는 것보다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늘이기 비판도 면하고 새로운 분위기로 관심을 끌 수 있다. 이런 시류에 포함되는 영화들은 생각외로 많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그렇고 터미네이터도 미래가 배경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순서로 보면 카일이 과거로 보내지기 전 이야기를 4편에서 다루었으니 같은 범주에 포함시킬 수가 있겠다. 이런 영화들은 제목도 비슷하다. 리턴, 비기닝, 비긴즈, 오리지날, 진화의 시작 등. 물론 원제들은 조금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시작이나 시초의 뜻을 포함하고 있는 점에서 상통한다.  대형 시리즈 영화들의 리메이크작은 만들만한 것들은 이미 다 만들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소재 고갈을 해소하는 방편인 동시에 이미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후편을 만듦으로서 흥행 리스크가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한번 탄생된 이야기들은 생명력을 가지는 것 같다.

 

 영화 혹성탈출의 가장 유명했던 장면은 아마도 바닷가에 쓰러져는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원숭이들로 부터 가까스로 탈출한 주인공이 망연하게 바라보는 장면일 것이다. 이번 '진화의 시작'엔 그런 전설적인 장면은 없지만 액션스릴러로서의 영화적 구성이 몰입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 시저가 정체성과 자아를 찾아가는 장면들은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인간의 '펫'에서 이름처럼 로마황제 시저의 위상을 만들어 가는 침팬지들의 리더 시저에게 영화가 진행될 수록 응원하기 보다 두려운 기분으로 압도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수십세기에 걸쳐 축척된 현대 인간문명을 단지 한 개체의 위대성과 담대함만으로 극복하고 자신들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설정은 아무리 영화이긴 하지만 약간 현실성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차량과 고성능 개인 화기로 무장한 경찰을 원시적 모습의 침팬지들이 무력화시키는 모습은 인간의 잔인성을 너무 무시(?)하는 장면같기도 하고 관객의 현실감각을 너무 고려치 않은 것 같기도 하다.  혹성탈출이 주는 가장 무서운 명제은 인간은 지구의 영원한 주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인간들의 세상이 영원이 지속될 것 같지만 지구의 역사는 지배자들이 항상 바뀌어 왔음을 증거로서 얘기한다. 그냥 인간들은 수많은 종들 중 하나 일뿐이고 지금은 운이 좋아서 지구를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노력한다고 그 지배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몇달전의 일본지진만 보더라도 자연의 힘앞에 인간문명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지워질 수도 있음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노력과 상관없이 우리의 운명이 결정될 지도 모른다는 가정에 까지 생각이 다다르면 '혹성탈출' 같은 영화는 약간 두렵고 징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