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구제역은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하는 것으로 잠잠해졌지만 엄청난 재앙이었다. 직접피해를 입은 농가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돼지고기의 가격이 올라 서민가계에도 큰 타격을 줬고 아직도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또한, 사실상 방역에 실패한 당국이 궁여지책으로 살처분한 가축에서 나오는 침출수에 의한 지하수와 식수원의 2차 피해도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유력한 최초 감염 경로는 베트남에 다녀온 농장 주인이라고 하니 한사람에 의해서 이런 재앙이 일어났다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적(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한계를 실감하게 한다.
영화 컨테이젼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과 감염경로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처음엔 한사람, 두사람, 그리고 수십명 곧 감염자는 수천명에서 수십만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거기에 재난 영화들의 공식처럼 정부 관료들의 나태하고 안일한 초기대응이 더해져 재앙 수준의 사상자와 혼란과 폭동이 발생한다. 그러나 소더버그 감독이 만들고자 했던 것은 흔한 재난영화는 아니었던 것처럼 보인다. 재난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파렴치한 관리들이 등장하고 인간성에 위배되는 이기적인 무리들이 등장하고 살벌한 세상에 휴머니즘과 영웅적인 희생으로 세상을 구하는 주인공들이 나와야 영화적 재미가 발생하는데 이영화는 그런 면에서 너무 단조롭고 평면적이다. 알수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아내와 자식을 잃은 남자(맷 데이번), 방역당국의 직원이지만 자신도 감염되어 비참하게 죽어가는 여자(케이트 윈슬릿) 등 모두가 나약한 인간군상들 뿐이다. 어쩌면 감독이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 온갖 첨단무기들과 과학기술로 지구의 주인이 된 인간들이 사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인 나약한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헐리웃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특급스타들이 단역처럼 죽어가거나 아무 존재감없이 화면을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는 것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배양에 성공하여 백신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우연처럼 그려진다. 백신은 모두가 가질 수가 없다. 추첨을 통해 백신은 선별적으로 배포되고 거기에 또 차별이 발생한다. 결국 돈을 버는 것은 백신 제조 제약회사들 뿐이라는 영화속 사이비(?) 블로거의 주장처럼 세상은 불공평하고 사람들의 마음엔 불신만 확대되어 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처럼 인류의 종말은 아무런 이유도 없는 아주 사소한 우연으로부터 출발하여 혼돈과 광적인 두려움으로 팽배하다가 아무도 자신있게 미래를 장담하지 못하는 가운데 또 우연처럼 누가 해결했는지도 모르는, 아주 우연히 모든 문제들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컨테이젼이 형상화 하려 했던 세상의 진실은 그런 것 이었을까..
'컨테이젼'은 스타배우들이 총 출동하는 감독의 전작 오션스 시리즈나 티져를 보고 재난 블록버스터를 상상하며 극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적잖이 실망스런 영화가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 Contagion: 접촉 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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