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베넷 밀러
출연: 브래드 피트
2011년의 마지막 가을이 머물렀던 지난 주말에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보러 나섰다. 조카들과 영화를 보는 것이 즐겁기는 하지만 혼자보는 영화는 조용하고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되니까 그 또한 즐겁다. 돌아오는 길에 거리의 풍경은 이미 가을 지나 겨울의 한 가운데 들어서 있는 것 같다. 도시와 늦가을의 풍경들은 내게 노라 애프런의 로맨틱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도시, 가을 혹은 겨울 풍경, 두꺼운 외투,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머니볼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브래드 피트는 그가 영화에서 연기한 많은 인물들처럼 위험하거나 장난기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그에게서 '델마와 루이스'에 나오던 꽃미남 청년을 떠울리긴 쉽지 않지만 어딘가 모르게 안정되어 보이고 편안해 보인다. 사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어딘가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이었다. '12몽키즈'가 그랬고, '바스터즈'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가을의 전설'과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그래서, 그에 대한 이미지는 자극적이긴하나 탐 크루즈 만큼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머니볼 첫부분에서 포스트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루고 있는 팀의 라디오중계를 텅빈 야구장 관중석에서 듣고 있는 빌리 빈 단장의 얼굴이 화면에 클로즈업 되면 드러나는 눈밑에 깊게 패인 주름이 브래드 피트가 더이상 세상에 반항하는 청년의 모습이 아닌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머니볼은 빌리 빈 오클랜드 에슬레틱스 단장이 리그 최하위권인 팀의 승률을 올리기 위해 적용한 경제학 이론을 지칭한다. 스타 선수의 실력과 경험에 의존하는 야구를 버리고 출루율 등 오로지 팀 승리에만 기여하는 선수들을 기용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몸값이 비싼 스타 플레이어 한명을 스카웃 하는 것보다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실력에 비해 몸값이 저평가 되어 있는 여러명의 선수를 스카웃하여 비용에 비해 최대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다. 스포츠에 철저히 경제학과 통계학 이론을 적용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머니볼 이론이라고 한단다. 난 처음에 영화 제목을 보고 프로 스포츠의 특성상 돈이 많은 팀이 좋은 선수를 데려가고 그에 비례하여 승리할 확률도 높고 많은 관중을 모을테니, 결국 돈이 돈을 낳은 프로 베이스볼을 풍자하여 머니볼-베이스볼이 아닌-이라고 부를 줄 알았는데 잘못 짚은 셈이다. 야구를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철저히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게임을 승리한다는 점에서 빌린 빈과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라고 하더라도 야구의 본질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스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포츠는 경제도 아니고 시장도 아니라고 생가한다. 영화 첫장면에서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 에슬레틱스과 경쟁하는 팀은 최고 부자 구단인 양키즈인데, 양키즈를 지금처럼 명문 구단으로 만든 것은 통계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베이브 루스의 호쾌한 홈런이었다. 전설직인 홈런왕의 홈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모여들었고 그 이익은 양키즈를 부자 구단으로 만들었다. 스타의 중요함은 얼마전 타계한 최동원을 추모하는 어떤 다큐프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동원과 같은 불세출의 스타는 야구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들인다. 가을 시즌 성적이 좋지 않는 롯데가 가장 많은 관중 수를 기록하는 것은 스포츠를 즐기는 목적이 꼭 승리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영화의 주제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을 수도 있지만 브래드 피트가 스카우터들 앞에서 부자구단들은 좋은 선수들을 고용하여 더 많이 승리하고 더 많은 관중을 모으고 또 그 이익으로 더 좋은 선수를 가질 수 있다. 반대로 가난한 구단들은 열심히 트레이닝시켜 무명의 선수를 스타로 만들어 놓으면 부자 구간들이 가로채 간다. 빌리 빈 단장은 가난한 구단이 부자 구단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빼기고 있다고 푸념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병페가 프로 스포츠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또 하나, 낯설었던 것은 야구팀 단장들이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는 장면들이다. 시즌 중에도 서로 전화로 선수와 선수를 맞바꾸고 선수 가치에 따라 웃돈과 얹기도 한다. 직업 야구 세게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을 상품처럼 거래하다는 점에 거부감이 느껴졌다. 트레이된 선수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일상적인 일처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생소하다.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들은 감동과 명승부를 연출하는 주역이 아니라 그저 사용자(구단)의 의지에 따라 팔려다니는 상품에 다름 아닌 것이다.
영화 머니볼은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다는 점 외엔 특별한 구석이 없다. 메이저 리그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경기 이면에 숨겨진 메이저 리그의 모습이 색다를 수도 있겠지만 메이저 리그를 다룬 전설적 스타들에 관한 드라마틱한 영화들-베이브나 내츄럴 같은-에 비한다면 머니볼은 너무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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