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던칸 존스
배우: 제이크 질렌할, 미셸 모나한
아무리 영화가 허구의 이야기이고, SF영화가 꼭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있을 법한 혹은 그럴듯한 느낌은 있어야 관객은 영화에 몰입할 수가 있다. '매트릭스'에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발상은 너무 터무니가 없지만 개미가 인간의 존재를 모르듯이 인간도 우주의 모든 존재와 현상을 알 수 없기에 매트릭스란 영화가 얘기하는 디스토피아적 가능성에 호기심을 가질 수가 있었다. 오늘 본 '소스코드'는 그런 과학적 근거와 가능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억지스런 영화라고 할 수밖에 없다.
죽은 사람의 뇌에 또 다른 죽은 자의 뇌를 연결하여 죽은 세포의 기억에 접근한다는 발상은 그것 자체로도 황당하지만 그렇게 생긴 가상의 공간이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거의 동일한 공간이라는 설정은 평행이론이라기 보다는 세상속에 또 작은 세상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공간이 인간의 뇌속이므로 소스코드의 내용대로라면 큰 세계속에 조그만 세계가 인간의 수 만큼 존재하는 이상한 세계관에 도착해버린다. 백번 양보하여 인간의 뇌가 다른 평행우주로 가는 통로라 하더라도 그 곳을 경계로 하는 두 세계의 소통은 영화처럼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인간의 기억속에 평행우주 즉 우리세상과 동일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발상은 '트론'의 발상과 비슷하게도 보인다. 인간의 뇌도 메모리의 일종이라는 측면에선 전기신호로 이루어진 컴퓨터 속 가상공간과 닮은 점이 많다. 트론은 컴퓨터 속의 메모리 소자에서 또 다른 세상(우주)이 존재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소스코드는 거기에서 한발 나아가 그 공간에 침투하여 시간여행을 할 수 있고 그 가상의 공간의 행동들이 현실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사용함으로서 관객들이 그나마 '아, 이 영화 참 그럴 듯하다' 라고 느낄만한 요소들을 버린 셈이다. 죽은 사람의 기억속으로 들어가 테러범이 남긴 단서를 찾고 그 걸 통해서 현실에서 범인을 잡는 다는 내용은, 평행이론 보다는 심리학적인 최면술과 연관이 있어보인다. 최면술을 사용하여 목격자의 잠재의식에 각인되어 있는 용의자를 찾아내는 수사방법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시간여행의 실제 가능성에 대한 문제는 접어두고 '백 투 터 퓨쳐'에서 브라운 에밋 박사가 칠판에 그려가며 설명하던 특정시간을 기점으로 여러 차원이 갈라질 수 있다는 설명과 그 각각의 세상에선 나와 다른 생을 살아가는 또 다른 나가 있다는 해석은 논리적이지만, 소스코드의 시공간적 장치들은 논리적이기 보다는 꿈과 현실이 연결될 수 있다는 비약적인 전개에서 사이비적 기운을 풍긴다.
영화의 후반부는 평행우주의 발상과 시간여행의 아이디어들이 맘대로 뒤섞이며 산만하면서도 복잡하고, 영화의 전반부는 주인공이 여행하는 가상공간의 지루한 반복과 현실로 돌아오면 공간이 좁은 부쓰안이라 답답하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는 것 만으로도 고통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이영화에서 스펙터클한 장면은 폭발하는 열차가 탈선하며 시가지를 덮치는 장면이 거의 유일하다. 소스코드는 영화를 보기전 멋진 액션장면과 SF다운 기발한 스토리를 기대한 나 같은 관객들에게 실망스런 영화이다.
(글도 영화와 비슷하게 되버렸다..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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