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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2010)

센타우리인 2010. 10. 25. 00:00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2010)

 

감독: 올리버 스톤

출연: 샤이아 라보프, 마이클 더글라스, 케리 멀리건, 조쉬 브롤린

 

 

 교적 사회성 짙은 드라마를 주로 만들어 온 올리버 스톤 감독은 최근엔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아니면 내가 그동안 사회 드라마 보다는 오락성 위주의 영화를 봐와서 올리버 스톤의 영화들을 많이 놓쳤던 것일까..

 

 1987년에 개봉된 올리버 스톤의 '월 스트리트'는 속편이 나올만한 영화가 아니었다. 누가 이런(?) 영화의 속편을 계획하겠는가..

확신하건대,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보고 올리버 스톤은 '월 스트리트'의 속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밤잠을 설쳤을 것이 분명하다. 이력을 보면 스톤의 아버지가 주식 중개인으로 되어 있는데 그런 점도 금융영화를 만들게 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87년 월 스트리트는 증권 브로커를 통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판하고 있다면, 나아가 이번 월 스트리트의 속편에서는 영화 도중 등장하는 게코의 강연을 통해 자본주의가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경제형태라는 것을 정면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콥(샤이아 라보프)는 잘 나가는 투자은행의 젊은 투자가이다. 그는 공들여온 그린 에너지 회사의 투자를 마무리할 단계에서 투자은행의 파산과 함께 멘토이자 스승이었던 회사 대표 루이스(프랭크 란젤라)를 잃게 된다. 회사를 파산하게 하고 루이스를 죽음으로 내몬 사람이 월가의 거물인 브레톤 제임스(조쉬 브롤린)이란 것을 약혼녀의 아버지인 월가의 전설적 인물 게코의 언질로 알게 된 제이콥은 우연의 기회에 브레톤의 러브콜을 받아들여 내부에서 복수의 칼을 갈게 된다.

 

 리버 스톤의 영화들은 대체로 투박하다. 리들리 스콧의 화면처럼 화려한 것도 아니고 카메론처럼 FX가 있는 것도 아니고, 타란티노처럼 기발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대사와 전문용어들이 지루하기도 하지만 월 스트리트는 20년 전 자신이 경고한 자본주의의 맹점을 현실(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확인한 감독의 확신이 영화 곳곳에 베어 있다. 영화에서 경고하는 자본주의의 약점은 모럴 해저드와 그로 인한 버블의 붕괴이다. 자본은 실물경제를 규모화 시키고 가속화시키지만 그 성공의 정점엔 항상 버블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2010년 현 시점에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같은 위협에 놓여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뿌리 깊은 신뢰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떨어지고 있으며, 한편으론 일본과 2007년 미국처럼 버블의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하고 있다. 

 화에서 지신의 아파트를 방문한 제이콥에게 게코가 버블의 보기로 든 것처럼,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의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구근 투기 열풍이다. 꽃을 투기수단으로 삼다니..현재의 상식으론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당시 최고가의 튤립 알뿌리가 황소 4마리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버블이 붕괴되는 1637년 까지 튤립 구근은 현재 한국의 부동산불패 신화 처럼 투자하면 무조건 이익이 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던 구근의 정점은 2월 5일 이었다. 최상급 튤립 알뿌리의 가격이 황소40마리와 맞먹는 가치로 거래된다. 그러나, 이날 이후 구근의 가격은 한번도 오르지 않는다. 돈을 벌은 사람들은 발을 빼버렸고 폭탄돌리기의 마지막 주자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구근열풍이 사실은 엄청난 사기극이 었던 셈이다. 네덜란드의 경제는 파탄이 나고 17세기를 정점으로 한번도 세계사의 정점에 서지 못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부동산 중개인인 제이콥의 어머니인 수전 서랜든이 주택을 담보하여 투기하는, 폭탄돌리기의 마지막 주자 역으로 나온다.

 

 대의 세계 경제는 인터넷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작동한다. 자본들은 국경을 넘어 투자대상을 찾아 날아 다닌다. 꼭 월가와 같은 큰 시장이 아니더라도 조그만 국가의 내부 경제 이상만으로 세계의 주요 증시들은 요동친다. 그리고 그 여파는 우리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영화 '월 스트리트'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돈을 벌든 잃든 사람들은 증시로 혹은 부동산으로 투기대상을 찾아 모여 들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이 존재하는 한 버블붕괴와 같은 리스크의 안전장치는 없다. 그러니 제발 인간들이여 정직한 투자를 하여 게코처럼 가족과 인생의 소중함을 깨달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