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의 악당(2010)
감독: 손재곤
출연: 한석규, 김혜수
오랜만에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이다. 이른 점심을 먹고 먼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차에 500원어치 물을 두번 끼얹은 후 거리로 나섰다. 맑아진 차유리 덕분인지 일을 하지 않는 기분 탓인지 날씨도 포근하고 거리도 깨끗해 보인다. 영화표를 끊고 몇달을 고민하던 아이폰을 예약했다. 약간 분수에 안 맞다는 생각도 들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탈 세상의 끈을 놓지 않을려고 몸부림(?)을 친다는 기분으로 거금을 들였다.
'이층의 악당'은 해리포터가 나오기 전까지 특별한 화제작이 없는 12월 극장가에 설령 영화가 망하더라도 한석규와 김혜수 두 배테랑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의 안전빵(?) 계산이 깔려있는 선택이다. 한석규는 95년 작 '닥터 봉'에서 김혜수와 공연했다. 이후 한석규는 연달아 히트작을 내며 최고의 배우라는 명성을 얻었다. '주홍글씨(2004)' 이후 비슷한 캐릭터-주로 형사-를 연기함으로써 예전 '8월의 크리스마스(1998)'나 '접속(1997)'에서 보여 줬던 순수한 이미지가 많이 퇴색된 면도 있지만 나이에 걸맞는 카리스마와 퇴폐적 풍의 형사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혜수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개인적으론 순정만화와도 같았던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1993)'의 연기를 가장 좋아하지만 '타짜(2006)'의 이대 나온 여자처럼 팜므파탈에 이르기까지 변신이 가능한 카리스마 넘치고 지적인 이미지의 배우라고 할 수 있다. 두 배우의 연기는 관객들과 다소 언긋나게 돌아가는 영화의 웃음코드를 만회할만큼 안정적이고 여유가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상황에 보물을 찾으려는 약삭빠른 도둑과 순진하지만 히스테릭한 여주인의 두뇌게임을 얹으면서 자연스레 그 주변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변주들이 추가되어 복잡한 상황 코미디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영화 초반, 복잡해지기 전까지는 다소 밋밋하던 영화가 시간이 갈수록 긴장감이 돌게 되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욕망들이 하나씩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영화의 구조는 그렇게 엉성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로써 관객을 웃게 하는데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랑방손님의 상황을 빌려와서 그런지 등장인물의 대사들이 전부 60년대 이전의 멜러물들을 패러디하고 있고, 그런 대사에 많은 웃음 포인트를 주고 있지만 '타짜'의 하우스 화장실씬에서 유해진의 '천하의 X새끼' 같은 짧지만 강렬한 웃음코드에 익숙한 요즘의 관객들은 다소 의아해 하는 것 같았다. 대신 지하실에 갇힌 한석규가 빠져 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사실 이것 또한 고전 코미디물에서 많이 사용된 장면이다-에서는 시원한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영화 '이층의 악당'은 장점만큼이나 허술한 면도 많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영화이다. 오늘 기분좋게 거리로 나가 영화관을 찾는 다면 '이층의 악당'을 보라고 권해야겠지만 12월에 영화관에 한번만 갈 수 있는 사정을 가지신 분이 있다면 조금 기다렸다가 '해리포더-죽음의 성물1'을 기다리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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