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갓파더(The Last Godfather, 2010)
감독: 심형래
출연: 심형래, 하비 키이텔, 마이클 리스폴리, 조슬린 도나휴
웹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비밀번호를 정해야 한다. 그 비밀번호를 잊어 버렸을때 확인질문 중에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라는 항목이 있는데 거기에 난 '대부'를 적는다. 대부는 내게 인생의 영화이다. "대부엔 모든 지혜가 담겨 있으며, 모든 질문의 대답이 들어 있다."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노라 에프란 감독의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1998)'에서 톰 행크스 대사 중에 나오는 말이다. '디 워(D-War,2007)' 개봉 당시 심형래 감독이 차기작으로 대부의 숨겨둔 아들이 영구라는 설정으로 영화를 기획한다고 얘기 했을 때,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조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실제 만들어지고 개봉까지 될 줄이야..
2007년 최고 흥행영화 디-워를 보며 당혹스러웠던 점은 LA 시가 전투신이나 한국 마을 전투신에서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의 마지막 전투신의 모습이 자꾸 보인다는 점이었다. 많은 사람이 봤다는 것은 영화가 볼만하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어디선가 다른 영화에서 본듯한 장면들이 보이면 불안해지고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디-워의 몇몇 전투신은 비주얼적인 면에서 대단히 잘 만들어진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디-워가 기술수준이나 물량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이지 못한 몇몇 장면은 영화의 완성도에 흠을 남겼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시나리오의 완성도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심형래감독이 인터뷰에서 수차례 예를 든 것처럼 영화는 한가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터미네이터(TheTerminator,1984)'는 아들을 죽이기 위해 미래로부터 자신에게 암살자가 오는 이야기다.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It Could Happen To You,1994)'은 가난한 경찰관이 당첨된 복권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웨이츄리스와 나누는 이야기다.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1993)'은 같은 하루가 계속 반복된다는 이야기다. '쥬라기 공원'은 유전자 조작으로 현대에 공룡을 살려내어 테마 파크를 만드는게 기본 골격이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은 이야기의 구조가 간단해서 한가지 아이디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의 기발함이 너무나 강렬하여 영화를 완성시키는 다른 요소들이 눈에 띄지 않기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마치 밝은 별 근처의 어두운 별은 잘 관측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영화들의 기본 스토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변주되어 결국에는 밀도있게 꽉찬 감동을 주는 교향곡이나 변주곡의 주선율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음악이든 영화든 주선율 즉 기본 아이디어가 얼마나 아름답고 기발하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본 아이디어가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파생시키고 연결하는 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라스트 갓파더는 대단히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영화사상 가장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인 대부의 아들이 영구라니.. 심형래 감독 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라스트 갓파더는 이 아름다운 주선율을 적절하게 변주하는데는 너무 소홀한 음악이 되버린 느낌이다. 결국, 그 주선율은 제대로 살지 못하고 제1악장에서만 강하게 울린채 끝나버렸다. 대신에, 나머지 악장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명곡들의 익숙한 멜로디로 짜집기 되어 있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에서 명길(독고영재분)이 본 병석(최민수 분)의 시나리오처럼 각종 명화의 명장면만을 짜집기하여 독창성이 부족한 카피본 같은 느낌을 라스트 갓파더을 보며 느꼈다. 제일 예쁜 코를 가진 미인,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가진 미인, 각 부분별로 예쁜 미인들의 사진을 합성하면 이상한 사진이 되는 것처럼 '대부'의 분위기에 영구라는 인물, '로미오와 줄리엣'의 러브 스토리, '포레스트 검프'의 성공스토리, 그리고 '보디 가드'의 저격신까지 포함한 라스트 갓파더는 음악도 대부 메인테마의 변주에서부터 버터향 나는 재즈음악, 거기다가 '원스 업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1984)'에서 차용한 포스터까지, 미인 합성 사진을 볼때 느끼는 뭔가 익숙하지만 부조화스럼이, 이 독창적인 발상의 영화 '라스트 갓파더'를 재밌는 코미디영화라고 자신있게 추천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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