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1,2010)
감독: 데이빗 예이츠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우리시대에 해리 포터와 같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영화팬으로서 큰 행운이다. '마법사의 돌'이 2001년에 개봉했으니 내년이면 만10년이 되는 셈이다. 그 세월 동안 총 7편의 영화가 나왔다. 시리즈 영화가 10년을 일관된 이야기로 만들어진 예도 없거니와-록키나 스타워즈 같은 영화들은 더 오랜 기간, 더 많은 영화 편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영화가 독립된 이야기를 가지므로 해리 포터와 같이 연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주요 주인공들이 바뀌지 않은채 10년이란 세월을 관통해온 영화도 전무후무 하다. 게다가 1편에서 어렸던 주인공들이 이번 영화에서 다 자란 청년들이 된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영화팬으로서 즐거운 일이다.
물론 '해리 포터'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시리즈를 낼 수 있는 바탕은 베스트셀러인 원작 때문이다. 원작이라는 기본 프레임이 없었다면 일곱편이란 영화가 만들어질 수도 없을 뿐더러 각 영화마다 감독과 제작자의 취향에 따라 혹은 흥행목적으로 전혀 다른 영화가 만들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사실 난 원작을 읽지는 않았다. 학창시절 어떤 국어 선생님께서는 "느그들, 영화보고 나서 그 작품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원작인 책을 읽어야제..영화는 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이다." 그때 그 선생님께선 '원 소스-멀티 유스'의 이런 시대가 올 줄은 모르셨으리라..모든 영화를 다 원작을 읽고 봐야 한다면 영화보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또, 영화 공부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이미 원작을 통해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영화보기는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영화는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대중예술 쟝르이다. 원작은 원작대로 가치가 있고 영화는 설령 원작과 조금 다른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홀로 집에(1990)'를 만든 크리스 콜럼버스가 첫편을 만든 것은 밝고 판타지적인 시리즈의 시작으로서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아즈카반의 죄수(2004)'부터 시리즈 전체의 색감으로 굳어지는 음울하고 어두운 색깔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아즈카반의 색감을 좋아한다. 디멘터가 공중에 떠 있는 비오는 호그와트의 기숙사안에서 해리와 친구들이 성대모사를 하는 사탕을 먹으며 장난치는 장면같은 것은 앞으로 있을 험난한 미래를 모르는 해리에게 측은함과 운명적인 뭔가를 느끼게 한다. 데이빗 예이츠는 이번 개봉작까지 총 3편을 연달아 만들고 있는데 '죽음의 성물'에 와서는 전(前) 감독들과 틀린 그만의 개성이 완성되는 느낌이 들게 한다. 액션 장면들이 스케일있고 훌륭하면서도 무게의 중심은 액션이나 판타지적인 소소한 에피소드보다는 핵심적인 스토리 텔링에 둠으로서 영화가 상당히 밀도 있어 지고 동시에 무거워지고 어두워졌다. 그러면서도 화면의 색감은 푸른빛의 차가움과 거칠면서도 세련됨이 공존한다. 마치 성인이 되어 본격적인 복수와 세상구하기에 나서는 해리일행의 복잡한 앞날을 예고하는 듯하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처음 공개되었을때 영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였다. 우리가(머글) 모르는 마법사의 세계가 존재하고 마법사를 길러내는 학교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태어나기도 전에 모두가 그를 알고 있는 슈퍼스타와 같은 주인공 해리가 등장한다. 무슨 온라인 RPG게임과도 같은 설정이다. 그러나, 방대한 원작 탓도 있겠지만 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어린이들만의 영화가 아니라 어른들의 영화로 변모하고 있다. 또, 하나 특징은 등장인물들과 이야기가 시간이 갈수록 차곡차곡 쌓여서 전(前) 편을 보지 않은 관객들은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점점 난해해졌다. '혼혈왕자(2009)'는 친구와 같이 봤었는데, 그 친구 보는내내 지루해 했고, 끝나고 나서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얘기했을 정도이다. 어린이 영화에서 어른들의 영화로, 보편적인 판타지물에서 점점 매니아적인 색깔을 내고 있는 것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진행방향이라고 할만하다.
예를 들면, 해리는 더 이상 귀여운 소년이 아니다. 해리는 부모를 잃었고 그 가해자를 알고 있으며 복수를 하고 싶어한다. 그 가해자는 자신을 노리고 있으며 그 와중에 시리우스와 같은 친구들과 인생의 멘토이자 하늘같은 스승인 덤블도어의 죽음을 목도했다. 이정도면 해리는 복수의 화신이 될만한 상황이다. 헤르미온느는 머글태생이라는 출생의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죽음을 먹는 자들이 자신의 부모도 위협할 수 있음을 알기에 부모 자식간의 정도 끊고 해리의 일행에 합류한다. 그들은 더이상 어린애들이 아니라 세상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투사들에 가깝다. 주변환경만 봐도 이 영화가 단순한 판타지 영화의 영역을 넘어가고 있음을 알 수있다. 볼드모트는 악의 화신이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인물들은 파시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마법부를 점령한 악의 세력들은 붉은 완장을 차고 있으며 그들은 순수혈통에 집착하여 마법사들의 세상에서 머글들을 제거하려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나찌의 파리점령과 순수 아리안 혈통을 지킨다는 명분아래 많은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로 보낸 독일군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이처럼 죽음의 성물은 원작의 인기에만 기댄 단순한 판타지 영화로 보기엔, 10년의 세월을 버텨온 관록과 갈수록 늘어나는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섥히는 관계와 과거 암울했던 20세기 초 유럽의 트라우마까지 언뜻언뜻 보여줌으로서, 그 영화적 질량이 너무나 커져 버렸다. 그렇다고 순수한 영화적 재미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스토리와 화면의 색감은 너무나 잘 어울리고 스피디한 액션신, 또한 고뇌하는 해리를 담으려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빨라야 할때와 느려야 할때, 그리고 정지할때와 흔들릴때를 잘 가려서 움직인다.
이정도면 해리포터를 개봉관에서 볼 수 있는 시대에 있다는 것은 영화팬으로서 행운이라고 할만하다. 죽음의 성물2 도 기대된다.
(이번 세기에 이런 시리즈물이 또 있을 것 같냐..? 노홍철 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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