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비친세상

로보캅 (2014, RoboCop)

센타우리인 2014. 2. 22. 03:21

 

감독: 조세 파디야

배우: 조엘 니키만, 게리 올드만, 사무엘 L. 잭슨

 

 헐리웃 대작(블록버스터)들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흥행에 성공한 대형 컨텐츠들을 썩히고 있을 제작사들이 있겠는가. 올해(2014년)만 하더라도 '고질라', '프랑켄슈타인',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2' 등이 개봉을 했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 관심을 가장 끌었던 것은 '로보캅'이었다.

 

 원작 '로보캅'에 대한 향수는 어릴적 TV에서 보았던 일본 메카애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남자아이들의 로망이었던 거대 로봇이나 아톰 같은 메카물 기억들의 연장선 어디쯤에 성인이 되어서 본 원작 '로보캅'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연장선은 아직도 끝나지 않아서 최근 '아이언 맨', '트랜스포머', '퍼시픽 림'에까지 연결되어 있다. 87년작 '로보캅'은 그 당시 일반적인 액션, SF영화의 스타일과는 다른 폴 버호벤 감독 특유의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장면들로 가득한 수작이다. 특히, 시작하는 장면부터 영화가 끝날때까지 현실과 블랙유머 사이를 오가는 뉴스 장면들은 신선했다. (나중에 '스타쉽 트루퍼스'에서도 변형되어 사용된다.)

 

 폴 버호벤의 로보캅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들어 있었다.

 그 첫번째가 이번 신작에서도 주요 주제로 사용된 인간성과 기계 사이의 갈등이다.

원작 '로보캅' 영화 초반에 로보캅이 탄생되는 배경이 설명되어 있다. 곧 델타시티 건설계획을 시작하게 되는 OCP는 치안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로봇경찰 ED-209을 만들었다. 그러나, 첫 시연장에서 오작동으로 임원 한병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 대안으로 로봇 대신 사이보그 경찰 프로젝트인 로보캅을 탄생시키게 된다.

 유연한 상황대처 능력을 위해 인간의 두뇌가 필요한 로보캅은 그가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함으로써 시간이 갈수록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이번 리메이크작에서는 그런 로보캅의 정체성 문제를 영화의 주요 주제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폴 버호벤의 '로보캅'이 가지는 가치는 인간 정체성에 탐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기말 혹은 밀레니엄 말에 만들어진 SF 영화들이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특성이기도한 미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인 우려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 중 하나가 '로보캅'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디트로이트는 정부기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도시이다. 심지어 공공기관이 할 역할 중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치안마저도 OCP에게 넘겨버린, 즉 자본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폴 버호벤은 이후 연출작인 '토탈 리콜'과 '스타쉽 트루퍼스'에서도 그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번 신작 '로보캅'에서는 원작과 달리 자본의 역기능에 대해서는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고, 대신 원작에서 양념 수준에 머물러 있던 매스미디어의 역기능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에서 샤무엘 L. 잭슨이 진행하는 노박 엘레먼트라는 TV프로그램은 정부와 재벌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여론을 조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아랍권과 대립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듯, 아랍권 어딘가로 보이는 지역에서 저항하는 사람들을 진압하는데 로봇을 사용하는 장면들이 영화 초반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장치들은 주제와 긴밀하게 연계되지 않아 하나의 시각효과로만 작용하고 있어 영화 이야기의 밀도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기능하고 만다.

 

 새로운 로보캅은 원작의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따르면서 등장인물과 역할에는 변화를 시도하여 세련된 영상을 만드는데는 일부 성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폴 버호벤의 로보캅이 준 충격과 영감에 비교하기에는 너무 평범한 영화에 머무르고 말았다. 또한, 후반부 액션 장면에서도 액션영화들이 자주 사용하는 일반적인 비주얼과 결말에 머물러, 뛰어난 영화의 리메이크작이 가지는 부담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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