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비친세상

트랜센던스(Transcendence, 2014)

센타우리인 2014. 6. 7. 20:55

 감독: 윌리 피스터
배우: 조니 뎁, 레베카 홀, 모건 프리먼, 폴 베타니

Transcendence: 초월, 탁월, 초월성
 아직은 사람의 지능과 맞먹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이미 십수년전 IBM의 수퍼컴퓨터 딥 블루(Deep Blue)는 당시 체스 챔피언이었던 카스파로프를 이겨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체스 수를 인간보다 빠르게 읽는다고 해서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장 인상적인 인공지능은 아마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등장하는 할9000일 것이다. 스스로 사고하고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할은 실제 생명과 같이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판단을 하게 된다. '매트릭스'나 '이글 아이(Eagle Eye, 2008)'에서 보듯이 컴퓨터가 지능을 가지는 순간 전자회로와 명령어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생명이 나타는 것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그전에 생명의 정의부터 바꿔야겠지만, 이 새로운 종은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복제를 시도할 지도 모른다. 마치 인간이 후손을 남겨 영생을 얻으려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트랜센던스'의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 혹은 컴퓨터로 불리는 전자회로와 인간의 정신이 통합되는 아이디어는 이미 많은 영화들에서 시도한 것이다. 우선 최초의 3D CG영화로 알려져 있는 '트론(Tron, 1982)'의 줄거리도 개발자가 회로속으로 들어가 컴퓨터 속의 캐릭터들과 싸우는 것이 주된 줄거리이고, 비슷한 내용의 '론머맨(The Lawnmower Man, 1992)'이란 영화도 도 있었다. 역으로 '가상현실(Virtuosity, 1995)'에선 컴퓨터 속 인공지능이 현실로 나와서 사고를 치기도 했다. 트랜센던스는 이런 과거영화들의 짬뽕이란 악평을 피할 수 없을 것같다.

  그러나, 왜 이름을 트랜센던스로 지었을까.
최근에 인터넷에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짧은 글을 읽었다. 최후의 질문이란 단편인데, 꽤 내용이 충격적이다. 인간이 설계한 컴퓨터가 학습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인간의 정신과 통합되어가고 결국은 우주를 창조할 수 있는 신의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글이었다. 영화 트렌센던스에서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단계에 까지 이른다. 회로속에 든 전기적 신호와 명령어들이 현실 세계에 까지 관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얽혀 있는 현대의 가상공간은 빅데이터가 있는 저장공간이기도 하지만 금융이라든가 교통을 제어하는 컨트롤장치의 역할도 한다. 결국 혼자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독립된 컴퓨터지능의 출현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카이넷이라든가 매트릭스처럼 가상공간의 지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살고 있는 현실세상까지 지배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네트워크와 현실의 물질세상을 지배하는 무엇인가의 출현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처럼 결국에는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로 진화될 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란 위치에서 초월적 존재의 탄생을 중간에서 연결하는 고리의 역할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영화 트랜센던스가 과거의 인공지능 영화들에서 조금 더 나아간 점이 있다면 이런 통합적-인공지능으로 설명이 안되므로-지능과 지식의 결정체가 인간에 반하여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미래사회상을 뛰어 넘어 우리를 드러싼 모든 우주환경을 바꿀수 있는 존재로 진화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천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했다기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영화적 완성도만을 놓고 본다면 같은 소재를 다룬 다른 영화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