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비친세상

내 깡패 같은 애인(2010)

센타우리인 2010. 6. 14. 02:33

내 깡패 같은 애인(2010)

 

감독: 김광식

배우: 박중훈, 정유미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영화는 가장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이자 문화생활이다. 벌써 십수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이 잘 안되어 지금처럼 백수생활을 할 당시, 소극장에서 영화 두세편을 보고 나면 하루가 지나가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대다수의 영화가 미국산 영화들 이었다. 헐리우드 영화들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더욱 국산 영화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퀄러티가 높았다. 다시말해 국산영화들과는 제작 자본의 크기가 비교 안될 정도로 컸다는 얘기다. '허리우드 키드의 생애'란 영화가 있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런 미국산 영화들에 영혼마저 잠식당한 영화광의 표본이라고도 할 수있을 것이다. 나또한, 절반 쯤은 그 주인공과 닮은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누가 내게 면박을 줘도 변명거리가 없을 만큼 영화를 좋아했다.

 

 왜 사람들은 영화를 좋아 할까?

 영화 볼 시간도 많았고 지금처럼 영화보다 더 신경쓸 다른 곳도 특별히 없던 시절엔, 꼭 영화를 재미로 보지만은 않았다. 고전영화도 보고, 예술영화도 보고, 프랑스 영화 등 유럽 쪽 영화도 꽤 봤다. 당시 국산 영화들은 지금보다 훨씬 현실참여적이었고 무거웠던 것 같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렵고 재미가 없는 영화들도 많았지만 한국사람이니 한국영화를 봐야 한다는 의식도 강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영화보기의 취향도 변하기 마련이다. 그 후,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인으로써 살아갈수록 영화는 더 가볍운 것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내가 한국영화를 덜 보게 되는 것도 그러한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음식은 한국 음식을 먹어야 살아 가지만, 영화는 꼭 한국영화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한국영화에는 대중예술의 특성상 우리가 사는 현실이 그대로 담기기 되기 때문이다. 당연하고 좋은 점이지만 때론 우리의 문제점, 우리의 감추고 싶은 비굴함, 나약함, 이런 것들이 의도하든 안하든 영화에 투영되는 것이 아플때도 있고, 부끄러울때도 있다. 물론 그것은 대중예술의 책임도 될 수 있고, 그시대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상업예술로서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현실'은 아침에 눈을 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저녁에 집에 돌아와 TV뉴스를 볼때까지 따라다니는데, 그걸 영화보는 순간까지 느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너는 내운명'은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지만, 그 영화에 대한 내 주된 기억은 '슬픈 영화'이다. 영화 보는 순간 만큼은 감동도 중요하지만 슬프고 싶지 않고 가볍게 즐겁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반면에, 외국산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얘기'들이다. 원래 우리 얘기 보다는 남의 얘기가 재미가 있다. 더구나 '다른사람들의 얘기'이다 보니 책임질 일도 없고, 부끄러워 할 일도 없다. 아는 얘기이다 보다는 모르는 얘기가 재미가 있다.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가 더 호기심을 유발한다. 물론, 편하게 즐기되 외국산 문화상품을 소비할때 경계해야 될 것도 있다. 남의 일은 남의 일에서 그쳐야지 너무 깊이 동화되다 보면 부작용도 발생한다. 달콤한 음식에는 설탕이 들어가 있어 너무 많이 먹다 보면 건강에 해로운 것 처럼 영화에는 그 나라 특유의 세계관이라든가 사회가치가 녹아 있기 때문에 콜라 마시고 자기전에 양치질 해야 되는 것처럼 외국산 영화를 볼때 비판의식은 항상 깨워 두어야 한다. 오랜만에 한국영화 봤다는 얘기를 하려다 보니 너무 서론이 길어졌다.

 

 로맨틱 코미디(사랑영화) 영화는 너무 현실적이면 재미가 없다. '오 수정'같은 영화 보다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같이 약간은 비현실적이라도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보았던 동경 속의 주인공을 보는 것이 로맨스 영화를 보는 이유가 아닐까!

'내 깡패같은 애인'는 반지하방에 세들어 사는, 결코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직업들을 가진 두남녀의 얘기지만 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든 스토리로 일단은 누구에게나 동경스런, 꿈꾸는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있는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박중훈 연기는 아직 특유의 코미디 연기가 물이 오르기 전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의 신선했던 새신랑 모습에 '깡패수업'의 비열한 조폭 연기가 오버랩 되어 보이는 듯하다. 배우 정유미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취업 준비생의 불안하고 고단한 모습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박중훈과의 연기호흡도 예쁘게 표현하여 앞으로 정유미의 이름이 들어 있는 영화는 관심있게 보게 될 것 같다. 한물간 퇴물 깡패와 지하방에 사는 가난한 백수의 고달픈 삶들이지만 그들이 표현하는 사랑의 모습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여진다. 다만 박중훈이 정유미를 위해 면접 시간을 늦추는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의 전개가 약간 억지스런 부분이 있어 아쉽다. 좀더 부드럽고 현실성 있게 설정되었다면  감동의 깊이가 더 컸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엔 만난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 '내 깡패 같은 애인'을 보는 내내 입가엔 웃음이 지어지고 끝난 뒤에도 한참 행복한 여운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