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최동훈
배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여름 휴가의 마지막 날 영화도 한편 보고 벼르고 벼르던 신천에도 가볼겸 집을 나섰다. 요즘은 거의 혼자 영화 본적이 없다. 항상 조카들이 같이 따라와 주곤 했으니까.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봐야 한다. 사실 익숙한 일이다.
올해가 광복 70년이란다. 그래서,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모양이다. 영화 암살은 그런 점에서 8월 한달은 흥행세가 꺽이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영화가 재미있다. 촘촘히 잘 짜여진 양탄자처럼 많은 양의 에피소드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한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의 전개도 빠르고 액션도 빠르다. 다만 관객이 생각할 여백이 없다는 것이 흠이라도 흠이다. 할 이야기도 많은데 러닝타임은 마냥 못 늘리니 암살에는 이동하는 시간이 짧다. 상해와 경성은 수시로 바뀌지만 이동하는 장면은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리에 그렇게 남지 않는다. 여러가지 주변 잡다한 상황들은 정리되고 정리되어 관객들은 알아서 생각하야만 한다. 그러나 누구도 거기에 불만을 가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이야기는 앞으로 앞으로 쑥쑥 잘 나아간다.
영화 암살은 상해 임정의 독립운동활동 중 첩보에 관한 웰메이드 영화이기도 하지만 2015년 현 시점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친일청산에 관한 현재진행형 영화이기도 하다. 친일청산은 광복70년이 지난 현재에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우리 근대 역사의 아킬레스 건이기도 하다. 해방 이후, 한반도를 빨리 안정시키고 싶었던 미군정의 의해 재등용된 기존 관리들 틈에 대거 포함된 친일파들 중엔 염석진 같은 악질적인 인물들도 포함되어 대한민국 새정부로 넘어 갔을 것이다. 그들은 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하면서 영화에서 처럼 '좋은 세상'을 누렸을 것이다.
영화에서 염석진은 아편굴에서 독백한다. 서로 갈라져서 제 잘났다고 싸우고, 그런 것도 다 돈 때문이라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이런 취지의 말을 염석진이 아편에 취해 하게 된다. 독립운동을 하는 단체나 사람들끼리도 파벌이 있고, 추구하는 이상에 따라 서로 반목하고 방해하고 했다는 것을 빗대어 자신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려하는 장면이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나라와 제 동료를 일제에 팔아넘기는 변병이 되지는 못한다. 영화는 친일을 했던 사람들의 대표적 유형으로 겉으로는 일제가 조선을 산업화 시킨다는 명분을 말하면서 안으로는 사리사욕을 채운 강인국같은 사람과 제 한 묵숨 부지하고자 일제에 동료를 팔아넘기는 염석진 같은 사람들을 꼽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우리는 친일하여 제 나라 사람들을 괴롭히고, 자신에게 떨어지는 조그만 이익에 사로잡혀 나라 재산을 일본에 넘긴 정신나간 사람들을 아직도 벌하지 못하고 있는가.
영화 암살을 보면서 나 역시 영화에 나오는 하와이 피스톨처럼 나 자신이 먹고 살기 바빠서 그런 중요한 문제들을 고의적으로 마음속에서 밀어낸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았다. 몇해전 친일인사 명단을 공개하는 작업을 정부주도로 할때만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저런 일을 정부에서 하는가 보다. 친일청산은 해야지.'
이렇식으로 진지하지 않게 그냥 흘려 보내지 않았던가. 이렇게 나 같은 사람이 하나, 둘,..백명, 천명으로 늘어 갈때 마다 염석진과 강인국 같은 사람들은 동지도 팔아먹고 나라재산도 팔아넘기고 지들이 정의이고 상식인냥 활개치게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안일하고 무기력한 일상속에서 허우적대느라, 그들이 하는 일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큰 손해나 해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칠때 암살과 같은 영화들은 우리들의 주위를 환기시키고 졸고 있는 우리들의 정신에 따끔한 충고를 하곤 한다. 만약, 영화 '암살'이 아니었으면 내가 친일청산이나 반민특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같은 단어들을 검색이나 해보았겠나.
해방이후, 우리의 근대사는 대립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신탁과 반탁, 자유민주주의과 공산주의, 반민특위와 국회프락치 사건. 좌익과 우익. 영화 암살의 계기로 근대사에 관한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갑자기 인공강우가 생각이 났다.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구름에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 요오드화은이나 염화칼슘 같은 물질을 항공기등으로 뿌려 주면 수증기들의 응결을 도와 비가 내리게 된다. 영화 '암살'이 이런 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여기저기 응집하지 못하고 떠돌고만 있는 나갈은 수증기들을 한데 모아줄 그런 역할 말이다.
기술적으로 영화 '암살'의 빠르고 자신있는 전개와 더불어 인상에 남는 점은 1930년대의 상해와 경성의 거리를 재현한 세트들이다. 나라를 빼앗긴 염세적인 분위기에다가 새문물을 접하여 설레이기도 한, 낭만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암울한 이중적인 분위기를 내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화면을 감싸는 빛의 느낌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마음에 들었다. 단, 며칠전 미션 임파서블을 본 탓인지 외국영화와 한국영화의 음향의 차이는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액션 신에선 좀 더 박진감있고 과감한 사운드가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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