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마션(The Martian)
감독: 리들리 스콧
배우: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제프 다니엘스
태양계의 네번째 행성인 화성은 불길함의 상징이었다. 표면이 붉은 탓에 동양에서는 화성(火星)으로 불렸고, 서양에서는 전쟁의 신, 'Mars'로 불렸다.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하는 허버트 조지 웰즈의 소설 '우주 전쟁' 이후 영화에서도 화성의 이미지는 미스터리하고 위험한 행성으로 표현되었다. 래드 플래닛(Red Planet, 2000), 미션 투 마스(Mission to Mars, 2000), 화성침공(Mars Attacks, 1996) 등에서 화성은 미지의 공간으로 정복하기 어렵고 컨트롤하기 힘든, 뭔가 큰 비밀과 위협을 내포하고 있은 존재이다. 토탈 리콜(Total Recall,1990)의 첫장면에선 주인공이 화성에 대한 꿈을 꾸는데 이 또한 앞으로 있을 험난한 모험을 암시하는 장치이다.
'블레이드 러너'로 일찍이 SF의 새 장을 열었던 리들리 스콧의 신작, 마션은 그의 최근 SF작인 '프로메테우스' 뿐만아니라 화성을 소재로한 영화들 통틀어 가장 일상적이면서 낙천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 마션에서 화성은 뭔가 큰 비밀을 숨기고 있지도 않고 그 흔한 외계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2015년 현재의 시점에서 화성은 더 이상 미지의 세계가 아니다. 인류가 화성에 대해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금세기 들어서 화성탐사 로버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화성이 인류를 위헙하는 뭔가 극적인 일이 벌이는 존재가 아닌 그냥 가까운 미래에 이용 가능한 가장 가까운 행성 중 하나라는 현실인식이 SF영화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이제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극적인 외계인 등장을 볼려면 최소한 화성보다는 멀리 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마션은 최근에 개봉되어 자주 비교되는 SF영화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 중 그래비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블랙홀과 웜홀에 시간여행까지 영화적으로 우주를 상상한 인터스텔라 보다는 행성간 여행을 뉴튼 물리학 내에서 묘사한 그래비티와 기본적으로 과학적 관점이 같다고 볼 수있다. 영화 마션에는 어떠한 우주괴물도, 어떤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도 일어나지 않는다. 주인공이 홀로 남겨지는 건 모래폭풍이지만 그건 지구에서도 일어날 수있는 일이다.
마션을 보고 나면 여러가지 영화들이 오버랩 되어진다. 앞선 언급한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도 그렇지만 주인공 와트니가 맷 데이먼이다 보니,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도 떠오른다. 라이언 일병구하기를 보면서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점은 병사 한사람을 데려오기 위해 저렇게 많은 희생을 해야 하나 하는 것이었다. 마찬 가지로 마션을 보면서 동료를 구출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지만 과연 영화에서처럼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고 지구로 귀환 중이던 동료들도 모든 위험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다시 화성으로 기수를 돌리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이성적인 내 생각과는 별개로 나사의 와트니 구조계획이 실패한 후, 루이스 대장이 주재한 귀환 중인 대원들과 회의에서 모두가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지구에 착륙않고 다시 화성으로 가기로 이견없이 합의하는 장면은 눈물이 쏙 빠질만큼 감동적 이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대부분 엄청난 이야기로 구성된 SF영화들이 많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A Space Odyssey, 1968)'부터 최근의 인터스텔라까지, 또 올해 말 개봉이 예정되어 있는 스타워즈도 엄청난 스토리 라인을 자랑하는 시리즈이다. 그러나, 마션은 그런 상상력에 의존한 우주 배경 영화와는 달리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 우주판 로빈슨 크루소 같은 영화이다. 다른점이 있다면 화성 궤도위성으로 그 화성인(The Martian)의 행동을 지구에서 낱낱이 관찰할 수 있으면서도 가는데 최대 780일이 걸리는 거리때문에 당장 구조할 수 없는 우주적 관점의 고민 정도이다.
마션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전작인 프로메테우스나 에일리언 혹은 블레이드 러너 같은 심오한 이야기와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마션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움은 있다. 우선 꾸준한 우주탐사로 이제 화성정도는 판타지나 공포의 대상으로 삼기엔 너무 가까워 졌다는 것이다. '미션 투 마스'같은 영화를 다시 만들려면 '인터스텔라'처럼 최소 토성까지는 가야하는 것 아닌가 쉽다. 또, 우주를 소재 혹은 배경으로 한 SF영화들은 인류가 우주를 모르는데서 오는 막연한 공포감과 신비로움을 영화의 주요 모티브로 삼았지만 마션은 우주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주변 환경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SF영화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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