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비친세상

하트 오브 더 씨(In the Heart of the Sea, 2015)

센타우리인 2015. 12. 9. 23:18

제목: 하트 오브 더 씨(In the Heart of the Sea, 2015)

감독: 론 하워드

배우: 크리스 햄스워스, 벤자민 워커,브랜든 글리슨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의 첫부분엔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읽었거나 참고한 책들에서 발췌한 약 80여개의 글들로 가득하다. 성경에서 부터 토마스 빌의 '향유고래의 역사'라는 최근(모비 딕 출간 기준) 책들까지 고래의 관한 그 당시까지의 모든 책들을 망라한 것 같은 발췌록들 중 에식스호의 난파기는 고작 한 토막이 언급되었을 뿐이다.

 "맙소사! 체이스씨 무슨 일이오?"
 "고래가 우리 배에 구멍을 냈어요." 나는 대답했다.

 이것이 전부다.
확실히 에식스호의 난파기는 모비 딕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허먼 멜빌이 영화와 같이 에식스호의 생존자를 인터뷰할 만큼 에식스호 난파기에 감명을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사실 이 영화 티저를 처음 봤을때 최근에 읽고 감명 깊었던 모비 딕의 실사영화판을 론 하워드 감독의 스케일 큰 연출로 보겠구나 라고 기대를 많이 했었다. 인간이 결코 이길 수없는 자연의 거대한 피조물 앞에서 헛된 욕심과 승부욕으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비극적 운명의 인간 군상과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 중 하나인 향유고래의 모습이 어우러지는 드라마를 기대했다. 이 영화의 상당부분에선 그런 장면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영화의 후반부는 난파된 선원들의 생존기를 다루고 있어서 모비 딕을 소재로한 영화에서 기대할 법한 향유고래와 인간들 사이의 비극적 드라마를 예상한 난 적잖이 맥이 빠졌다.

 비록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허먼 멜빌이 인터뷰어로 나오는 만큼 그의 소설 모비 딕을 연상케하는 장면들이 여러군데 있다. 특히, 고래사냥에 나선 선원들이 보트로 옮겨타고 고래무리를 쫓아가 작살을 꽂는 장면들은 실제의 그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화면에 넘친다. 소설 모비 딕에 표현되어 있는대로 작살에 묶여있는 밧줄이 작살을 맞은 고래가 바다 밑으로 잠수함에 따라 빠른 속도로 풀려가며 마찰열로 연기를 내기도 하고 애송이 선원은 그 밧줄에 손을 다치기도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잠수를 포기하고 물위로 올라온 고래의 기공에서 피가 뿜여져 나와 주위 바다와 선원들의 얼글을 벌겋게 적시는 장면은 잔인하기 그지 없다. 또, 고래를 본선으로 가져와서 해체작업 도중 상어들과의 한판 격투를 벌이는 장면도 소설 모비 딕에 묘사된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노인과 바다가 잠깐 생각나기도 했다). 사람들이 향유고래를 잡는 목적은 향유고래의 머리부분에 들어 있는 경뇌유를 취하기 위함인데 영화에서 그런 부분도 분명히 짚어 주고 있긴하다. 향유고래의 크기에 따라 40~50통의 경뇌유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백과사전에 보면 경뇌유는 알콜이 주성분으로 되어 있는데 고래에게 일격을 당해 불이 붙어 침몰하는 에식스호가 포탄을 싣고 있는 것처럼 폭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이런 경뇌유 성분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모비 딕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놓은 듯한 영화의 전반부가 지나고 나면 난파된 에식스호 선원들의 생존기가 그려진다. 하지만 모비 딕을 염두에 두고 영화 관람을 시작했으므로 자극적인 소재를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선원들의 생존기가 크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는 진리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다만 선원들이 구조되기 얼마전 선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악마같은 향유고래를 다시 바다 한가운데서 만나게 된다. 에식스호의 일등항해사이자 최고의 작살잡이인 오웬 체이스는 마지막힘을 짜내어 작살을 든다. 그 작살에는 밧줄이 묶여있지도 않았고 체이스 자신도 긴 표류생활에 지쳐 작살 하나 던질 힘도 없었다. 그래도, 살아 남은 선원 모두는 오웬스의 작살이 그 악마의 눈에 정통으로 꽂혀 모두의 복수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괴물은 유유히 헤엄치며 보트 쪽으로 다가왔고 오웬스와 눈이 마주쳤다.

 영화 하트 오브 더 씨는 제대로 된 모비 딕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단비와도 같은 작품임에 들림없지만 에이해브 선장과 스타벅 일등항해사, 퀴퀘그 등이 나오는 비극적 해양영화인 진짜 모비 딕 최신작을 대형 스크린으로 보기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