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비친세상

시간이탈자(Time Renegades, 2015)

센타우리인 2016. 4. 15. 02:42

감독: 곽재용

배우: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

 

 하나의 쟝르로 구분해도 될만큼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아졌다. '시간이탈자'가 그 많은 타임슬립 영화 중 변별력을 가질 수 있다면 아마도 스릴러와 멜로의 적절한 변주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하게 되면 영화의 이야기 구조가 굉장히 복잡해진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얽히고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관객들이 따라가기 힘든 부분도 나온다. 그런 부분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수준을 만들어내는 것이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이미 알려진 과학적 사실에다 적당히 판타지도 첨가해야 한다. 그러나, 그 알려진 과학적 사실이란 것도 실제 증명 가능한 진짜가 아니라 이제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하여 관행적으로 관객에게 받아 들여지는 그런 것들이다. 판타지도 너무 앞서 가버리면 관객들은 흥미를 잃기 마련이다. 일단 시간이탈자는 그 세요소간의 밸런스에서 합격이지 않나 싶다.

 타임슬립 영화에선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간 시간의 벽을 넘어 정보나 사물을 전달할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 매개체는 시간의 차원을 통과하는 문이자 통로이며 시공간이 뒤틀리는 틈새를 연결하는 열쇠이다. '동감'과 '프리퀀시', 그리고 최근에 종영된 '시그널'에선 무전기가 그런 역할을 하고, '시월애'에선 메일박스, 그리고 '어바웃 타임'에선 옷장이, 시간이탈자에선 꿈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된다. 아, 그리고 타임머쉰과 타임슬립이 구분이 된다고 한다. 타임머쉰은'백 투 더 퓨쳐'처럼 타임머쉰이 직접 등장하여 등장인물들이 자의로 시간여행을 하며 자신들의 시간여행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반면, 타임슬립은 시간이동이나 매개체를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왜 일어나는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 의외성 때문에 타임슬립 영화는 SF쟝르 보다는 스릴러나 멜러 쟝르에 더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면 관객이나 등장인물들이 언제 어디서 왜 타임슬립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편이 영화 전개를 더 흥미롭게 하고 인물간의 사랑을 더 애틋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 시간이탈자는 1982년의 과거와 현재간의 약 33년간의 차이를 두고 꿈을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교사인 지환(조정석)과 형사인 건우(이진욱)가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두 사람의 운명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대적 배경이 80년대 초반이다 보니, 복고적인 분위기가 나는 장면들도 있고 극의 흐름이 쟝르에 맞지 않게 좀 느린 지점도 나타나지만 그런 부분이 전체적으로 잔인한 스릴러적인 내용과 멜로의 감성적인 부분의 밸런스를 잡아 주는 역할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스릴러 부분을 강조하려면 초반에 화면전환도 빠르게 하고 좀 더 클로즈 업도 많이 사용하여 긴박하게 표현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른 모든 곽재용표 영화처럼 SF를 끌어 오든, 스릴러를 끌어 오든 타임슬립을 하든 액션을 하든 말든 감독의 종착점은 멜로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적인 면에서 다소 세련되지 못하다거나 현대적이지 못한 점은 오히려 옛날식 멜로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뜻밖의 소득도 가져 오고 있다.

 

 보통 잘 만들어진 쟝르영화들은 관객들의 예상을 약간 어긋나게 하는 결말로 끝나거나, 아예 관객들이 예상을 하지 못할 만큼 멀리 앞서 가기도 한다. 시간이탈자를 보는 동안 범인이 누구일까 예상하기 보다는 스토리를 따라가기 바빴다. 그만큼 스토리에 짜임새도 있고, 스릴러와 판타지, 멜로간의 밸런스도 충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정도면 타임슬립 영화에서 관객이 기대할 수 있는 절대치에 꽤 근접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