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비친세상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Captain America: Civil War, 2016)

센타우리인 2016. 5. 7. 13:05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배우: 크리스 에반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개봉 9일만에 500만을 넘긴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관객동원력이 무섭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어 천만돌파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어벤져스의 두번째 시리즈이고 시빌워는 어벤져스가 아닌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세번째작인데 천만을 넘긴다면 마블 히어로 중 단독으로는 '아이언 맨'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두는 셈이다. 다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다른 마블 히어로들이 단체로 등장하여 토니 스타크 혼자 거의 영화를 이끌어 간 아이언 맨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볼 수는 있겠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는 현재 개봉된 영화 중 테크놀러지 면에서 가장 진보한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처음부터 몰아치는 액션의 진수성찬은 스토리라든가 앞뒤 사정을 눈치채기도 전에 관객의 눈과 귀를 쏙 홀려 버린다. 특수효과라든가 CG(요즘은 CG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그냥 저런 장면은 실제 촬영이 어려우니 CG일 것이라고 추측만 한다)도 훌륭하지만 배우들의 액션이 정말 놀랍다. 마치 전성기 시절의 홍콩무협영화를 보는 것처럼 출연진 모두가 무술의 달인들 처럼 보인다. 물론 견자단 같은 대가들의 액션과는 조금 차이가 나겠지만 매트릭스에서 보던 와이어 액션과 비교하면 너무나 많이 발전했음을 느낀다. 갑자기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시빌 워를 본다는 것은 전자제품으로 치면 최신형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탑재된 기능이 꼭 필요한 것인지 또는 완성도가 있는지 것인지를 차치하고 최신 기능을 만져보면서 감탄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만큼 시빌 워는 볼거리에 있어서 만큼은 확실한 보장을 해주는 영화이다.

 

 시빌 워는 내전을 뜻한다. 어벤져스 멤버들간에 내분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본질적으로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운 이유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엄청난 파워에 대한 두려움이 통제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그 실행에 있어서 서로간의 이견이 분열을 가져오는 것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보통 인간들이 슈퍼 히어로들을 통제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인간들에 비해 커다란 능력을 가진 존재가 슈퍼 히어로들인데 어떻게 그들을 영구히 컨트롤할 수 있단 말인가. 컨트롤이란 파워를 가진 쪽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들의 컨트롤에 관한 문제는 슈퍼 히어로들을 내분시키고 대립하게 만드는 하나의 영화적 장치이고 구실에 불과한 것이다(그건 원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객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도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게임이 되느니, 아이언맨과 헐크가 싸우면 누가 이기니, 가장 센 캐릭터는 누구니 하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매우 유치하면서도 근본적인 궁금증이 그들을 싸우게 하는 것이다.

 

 몇편의 히어로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영화들을 본 결과 이런 영화들엔 재미나 화제성이 배가되는만큼 맹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크리스챤 베일이 표현한 배트맨의 강한 여운이 아직 우리에겐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 막 등장한 벤 애플릭이 연기한 배트맨의 조금 바뀐 모습에 이질감이 드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시빌 워에서는 스파이더 맨의 등장이 그런 셈이다. 리부트된지 얼마되지 않은 캐릭터가 금방 다른 모습으로 리부트되는 것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의 최근작이 나온게 불과 2년전인데, 또 다른 모습의 스파이더 맨을 시빌 워에서 본다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마블팬들의 오랜 바램이 어벤져스에서 활약하는 스파이더 맨을 보는 것이라고 들었지만 이번 스파이더 맨은 역대 스파이더맨 중 가장 어리고 가볍게 설정되어 있는 것 같아 역대 스파이더 맨들이 쌓아올린 세계관과 명성에 흠을 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 공항에서 벌어진 어벤져스간의 혈투가 끝난 뒤, 토니 스타크에게 헛소리까지 할 정도 유약하게 그려져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벤져스의 주요 멤버들은 자신들의 시리즈를 가지고 있고 그안에서 가지는 캐릭터라든가 세계관이 있을터인데 같이 모이면 그러한 개성들이 큰 흐름에 휩쓸려가버린다. 원래 마블팬이 아니라 애초부터 영화로 마블히어로들을 접한 관객들 중 이러한 면을 실망스러워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론 마블 히어로 영화들에 썩 끌리지는 않는다. 우선 필자는 영화의 타킷 연령층에서 상당히 멀게 벗어나 있고 마블코믹스의 팬도 아니다. 그래서, 마블 영화를 볼때마다 햄버거 먹는 기분이 든다. 별로 안 먹고 싶지만 일단 먹기 시작하면 또 맛있어서 먹게 된다. 디즈니의 가장 성공적인 프랜차이즈인 마블 히어로 시리즈는 향후 수년간의 개봉 일정이 공개되어 있을만큼 흥행세를 타고 있고 당분간 그 추세는 변함이 없겠지만 이야기 전개 스피드 있고, 액션 빠르고, 등장 인물 많은 다 비슷비슷한 마블 히어로 무비에 조금씩 물려가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