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비친세상

제이슨 본(Jason Bourne, 2016)

센타우리인 2016. 8. 7. 04:20

감독: 폴 그린그래스

배우: 멧 데이먼, 알리시아 비칸데르, 뱅상 카셀, 줄리아 스타일스


 본 시리즈는 첩보물의 패러다임을 바꿔논 영화라고 할 만하다. 대표적인 스파이 무비인 007에 영향을 줄 만큼 강력했다. 본 시리즈의 액션은 빨랐고 주인공의 정체성은 모호했다. 동료와 적의 역활은 바뀌었으며 국가와 개인의 도덕적인 잣대도 우리가 사는 현대처럼 불확실 했다. 물론 이런 특징들이 본 시리즈가 시초였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이런 요소들을 융합하여 영화적 완성도를 가지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선 거의 독보적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또한, 본 시리즈는 진지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였던 멧 데이먼에게 자신만의 흥행시리즈를 만들어 주어 빅스타로서의 길을 열어준 영화이기도 하다. 본 얼티메이텀이 끝난 후 멧 데이먼은 다시는 본 시리즈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그 동안 본 레거시란 외전격인 영화로 관객들은 제이슨 본에 대한 향수를 달래야 했다. 그런 본 시리즈가 폴 그린그래스와 멧 데이먼이라는 최상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개봉되었다. 본 시리즈를 잊지 못하는 관객들에겐 뜻밖의 선물같은 영화라 할 만하다. 그렇게 관객들이 끌어본 선물꾸러미는 사실 매년 새로운 제품이 나오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는 휴대폰처럼 과거 본 시리즈에 비해 새로운 것은 없었다. 다만 멧 데이먼이 연기하는 제이슨 본을 본다는 감격스러움은 분명히 있다. 

 영하 개봉전, 많은 이들이 멧 데이먼의 나이를 염려하며 과연 제이슨 본의 날렵한 움직임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인지 염려했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다면 영화를 즐기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왜나면, 본 시리즈 액션의 속도와 사실감은 멧 데이먼이나 출연 배우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도 있겠지만 촬영기술과 감독의 편집 능력이 더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본 시리즈의 격투신들이 거의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된 것 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쉼없이 흔들리는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흔들림 속에서 타격감 있는 소리와 흐린 화면이 스피디하게 움직이면 관객들은 액션의 속도와 긴박한 움직임들을 감각적으로만 느낄 수 있을있지, 그 짧은 시간들의 조합 속에서 멧 데이먼이 얼마나 예전보다 움직임이 둔해졌나를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사실 그렇게 할 필요도 없지 않나.)

 시리즈 영화들의 히어로들은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그 캐릭터들의 이름에 붙는 명성의 질량이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임스 본드라든가 인디애나 존스 같은 한 세대전 영화들에서 부터 현재의 이탄 헌트까지, 제이슨 본은 그 캐릭터 자체로 명성을 가지는 영화가 되었다. 그는 언제나 아웃사이더이자 도망자이다. 그의 기억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어 그 자신조차도 그의 정체를 확실히 모른다. 그러면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치명적인 살상 무기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런 그의 특징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불확실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늘 도망다니는 그에게 연민과 함께 거대한 국가권력에 항복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안티-히어로적인 면에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