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드워드 즈윅
배우: 톰 크루즈, 코비 스멀더스, 다니카 야로쉬
주인공들을 소개하는 방식에 따라 영화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우선 해리 포터와 같은 방식이다. 관객들은 주인공의 위대함을 모르나 등장인물들은 주인공을 다 알고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그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놀라워 하며 해리에 대해 일종의 경외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영화 '존 윅'의 존 윅도 여기에 속한다. 존 윅의 개를 죽인 범인과 관객만 알지 못하고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존 윅의 명성을 모두 알고 있다. 영화에서 이런 방식의 주인공 묘사는 비현실적이지만 관객들이 단시간에 인물과 영화의 스토리에 몰입하도록 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을 소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주인공에 관해 등장인물도 그렇고 관객도 그렇고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 경우이다. 시간이 흘러 사건이 터지고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우린 주인공의 성격이나 처한 상황들을 깨닫게 된다. 대부분의 영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드물지만 최근 개봉된 한국영화 '럭키'와 같은 형식도 있다. 관객은 알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은 물론 심지어 주인공 본인도 자신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이다. 영화 잭 리처에서 주인공 잭 리처를 소개하는 방식은 첫번째의 경우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은 모르지만 영화 속 세상에서 잭 리처는 대단한 경력과 실력을 가진 군수사관 출신이다. 1편에 나왔던 존 바(스나이퍼, 누명을 쓴뒤 잭 리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의 말처럼 잭 리처와 그의 능력은 두려울 정도로 대단한 것이지만 관객들이 실제 화면에서 그걸 확인할 수는 없다. 단지, 주변인물들의 두려움과 극찬들이 그를 영웅처럼 묘사하고 있고 관객들은 그런것들에 동화할지 아닐지 선택해야 하는데 '저게 뭐야?' 이러면서 동화할 길 거부하면 잭 리처를 보는 재미의 반이 날라간다. 그래서 이런식의 인물묘사는 사실적이지 않다는 위험부담과 영화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킬 수있는 장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톰 크루즈의 최근작들은 모두 대규모 물량이 투입된 액션 대작들이었다. 모두가 톰 크루즈를 보러 가면 액션을 기대하게 된다. 그만큼 톰 크루즈의 액션영화들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화 된것만 같다. 그의 명성에 걸맞는 영화들에서 항상 기대한 만큼의 활약을 보여준 배우가 그이다. 하지만 잭 리처 시리즈는 그의 이런 최근 영화 출연작 흐름에서 약간은 비켜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잭 리처는 액션보다는 추리나 잭 리처라는 인물의 퍼스낼러티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보니 톰 크루즈의 다른 영화에서 기대하는 그 무언가를 상상한다면 다소 심심할 수도 있는 영화이다.
잭 리처는 방송연출자 출신 소설가 '리 차일드'가 창조한 탐정소설의 주인공이다. 소설에서 그는 60년 생이고 사관학교를 졸업하여 헌병장교로 복무하며 걸프전에 참전하고 97년에 헌병수사대를 지휘하다가 제대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제대 후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재즈와 블루스를 좋아한다고 한다. 원작에서 잭 리처는 195가 넘는 굉장한 거구로 되어있다. 성격도 굉장히 다혈질이고 냉혹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영화에서는 톰 크루즈가 배역을 맡으면서 그가 그동안 영화에서 쌓아온 캐릭터 때문인지 영화화 되면서 순화되어선지 정의롭고 준법적이며 인간적으로 묘사되었다.
원작이 소설인 탓인지 이 영화가 가지는 재미는 액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추리를 반발 정도 앞서가는 스릴러적인 이야기 전개에 있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첫장면, 터너 소령의 도움으로 위기를 빠져나온 잭 리처가 전화로 터너과 통화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소령을 당연히 남자로 예상한다. 하지만, 터너는 여자였다. 또, 감옥에서 터너과 탈출한 잭 리처는 또 다른 이유로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만다의 집으로 찾아가는데, 벌써 킬러가 다녀간 뒤이다. 집안에 벌어진 상황들로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추리하는 리처의 두뇌 움직임을 보여주려는 듯 화면은 이리저리 급하게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사만다가 창을 넘어 달아났을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 순간 사만다가 아직 집안에 있다는 암시가 이어지고 관객들이 추리하는 것보다 반박자 빨리 사만다가 리처에게로 튀어 나온다. 물론 필자가 예로 든것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진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머리 좋은 관객도 많겠지만 적어도 필자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다시 말해, 영화 잭 리처는 액션보다는 상영시간 내내 관객의 예상를 조금씩 배반하며 스피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가 강점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액션신만 본다면 톰 크루즈 주연의 다른 영화들과 규모에서부터 게임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 격투 장면처럼 쟝르영화의 진부한 공식도 큰 줄기에서 따르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작은 반전들을 느낄 수 있는 예만한 관객들에겐 올드하지만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는 잭 리처만의 분위기를 느낄 만큼 독특한 영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히어로들이 있고 많은 정의로운 탐정들이 있다. 열손가락에 꼽기는 어림도 없는 각종 맨들과 잭 라이언, 인디애나, 007, 이탄 헌트, 제이슨 본 등등. 모두 각자의 개성과 흥행성을 가진 주인공들이 있을 것이다. 그 화려한 영화들 사이에서 잭 리처가 살아 남아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그럴려면 오히려 액션의 분량 보다는 신선한 퍼즐과 소소한 반전들이 살아 있는 나름 순수한 탐정영화가 주는 매력을 더 관객들에게 보여 줄때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고의 실력과 두뇌를 가진 전역군인. 아웃사이더에다가 히치하이킹을 즐겨하는 떠돌이. 재즈와 블루스를 좋아한다고 하니 차기작에선 짙은 블루스 음악이 사용되는 좀더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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