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니쉬 차간티
출연: 존 조, 데브라 메싱, 미셸 라
현재 강력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영화 '서치'를 보고 왔다.
영화는 윈도우XP 초기화면에서 출발한다. 부팅을 마치고 계정을 새로 만든다. 새로운 계정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동영상도 업로드한다. 어느 집이나 그렇듯이 아이의 성장과정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되고 가족의 희노애락이 컴퓨터에 보관된다. 마치 애니메이션 '업'의 전반부를 보는 듯한 느낌의 화면들이 지나가며 과거의 일들이 여러 상징과 압축된 이야기로 빠르게 흘러 간다. 그리고,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되기 전 한 밤중에 반복해서 다급한 전화 몇통이 울린다.
영화를 여기까지 보고 난 관객은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영화의 화면구성이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의 모니터 내용이 전부라는 것을. 실제 인물이나 배경이 아닌 누군가 모니터를 통해 보는 화면을 영화에 그대로 쓰는 것이다. 등장인물을 찍은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보는 화면을 그대로 관객들이 보는 것이다. 화면에는 커서가 깜빡이고 마우스의 포인터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딸깍거리는 클릭소리와 타닥거리는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어두운 극장 안 공간에 놓인다. 모니터 화면이 등장하는 영화는 수도 없이 많고 모니터 화면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도 많지만 '서치'처럼 다른 실제 촬영장면이 전혀 없이 오직 모니터의 내용만을 보여 주는 영화는 없다. 그것도 러닝타임 내내. 사실 이런 촬영기법은 뜻밖이다 못해 불필요한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영화기술이 발전하는 이유는 보는 사람에게 보다 실감나는 영상, 현장감있는 소리를 들려 주기 위해서 인데 의도적으로 화질과 음질이 떨어지는 모니터 화면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들이 새로움을 찾고자 영상 실험하고 있지만 여러 촬영기법이 적절히 혼합된 영화들이 더 몰입도 있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지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장감이나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100퍼센트 핸드헬드로 찍거나, 아마추어 용 캠코더로 찍거나 혹은 1인칭으로 찍은 영화들이 몇 편있었지만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둔 영화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필자 같이 새로운 것에 적응력이 부족한 사람은 그런 화면을 보며 답답함과 어지러움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소개된 한국영화 '곤지암'도 넓은 의미에서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치'의 촬영은 모험적이라 할 만하다. 두 시간 가까운 러닝 타임 전체를 여러개의 창이 띄워진 어지러운 모니터 화면으로 채우다니.
그러나, 이 영화 '서치'의 모니터 화면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하고 있는 화면이 아니라 환경이다.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라고 불리우는 현재의 모바일 환경 자체를 영화의 촬영기법으로 사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치 히치콕의 영화 이창(Rear Window, 1954)에서 다른 집을 몰래 볼 수있는 창과 망원렌즈가 다리가 부러진 주인공이 세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듯이 영화 '서치'에서는 모바일 환경이 현대인이 세상을 접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SF영화들은 컴퓨터와 인터넷, SNS 등과 AI를 결합하여 현대 컴뮤니케이션 문명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을 좋아했다. 과거 소수의 엘리트와 자본에 의해 관리되고 배포되었던 전통적인 미디어들-예를 들면 신문, 방송-이 SNS를 통해 대중의 손으로 내려 오면서 긍정적인 면도 많았지만 그 만큼의 부정적인 면도 있었다. 페이크 뉴스라든가 악의적인 댓글들이 통제할 수 없는 글로블한 미디어를 통해 무한정 배포되는 파급력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이들에게 주목받고 싶은 욕망만이 강조되어 컨텐츠에 대한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컨트롤과 그에 따르는 법적이고 때론 도의적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도 발생했다. 사용자들은 흥미에만 집착하고 배포자는 자신의 이익에만을 생각할 때 전통적인 미디어에는 존재했던 최소한의 통제 수단이 사라져 버렸다. 결국 미디어 권력의 대중화는 시대적 흐름이고 거부할 수 없지만 아직은 밝은 면이있는 만큼의 어두운 면이 있는 셈이다.
영화 '서치'는 이런 SNS 환경을 비판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영화의 소재로만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위에 열거한 SNS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환경들이 공기나 물처럼 당연히 거기에 있고 당연히 사용하는 것을 전제한 뒤 전통적인 영화의 미장센과 화면, 사운드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편안히 느끼는 화면의 구도, 색감, 배우들의 촬영 각도 등은 영화 '서치'의 화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랩탑이나 휴대폰의 카메라로 배우들을 찍어서 배우들의 얼굴은 흔이 말하는 얼짱각도와는 상관없는 밑에서 올려다 보는 화면이나 내려 보는 화면들이 자연히 영화에 많이 담겨 있다. 아이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텀블러, 맥북, 구글, 유튜브 등 현대 개인미디어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이 화면을 가득가득 메운 스크린위로 포인터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자니, 설마 앞으로 이런 방식의 영화가 대세가 되지는 않겠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대단히 실험적인 화면을 가진 영화 '서치'는 제목이 상징하듯이 인터넷과 SNS의 바다를 간절한 아빠의 마음이 잃은 딸을 찾아 헤매는 영화이다. 스릴러 쟝르의 이야기 흐름을 충실히 따르면서 현대 통신기술을 응용한 아기자기하고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흥미를 더하며 밀도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전통적인 화면이 주는 아름다운과 미장센, 스릴러 특유의 음울한 색감을 가진 구식 영화에 아직은 더 정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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