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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2016)

센타우리인 2016. 4. 12. 16:29

 

감독: 잭 스나이더

배우: 헨리 카빌, 벤 애플릭, 에이미 아담스, 제시 아이젠 버그

 

 처음 이 영화 제목을 들었을때 '나쁜 놈들 놔두고 우리편끼리 쓸데없이 왜 싸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을 모르니 자연스런 반응일 것이다. 요즘은 히어로 무비도 굉장히 복잡해졌다. '아이언 맨'이 처음 나올때만 해도 그냥 로봇(정확히는 수트)을 소재한 한 영화 중 하나이거니 했는데, '토르'가 나오고 '캡틴 아메리카'까지도 견딜만 했는데, '어벤져스'에 와서는 너무 복잡해져 버렸다. 아, '앤트맨'도 있었지. 문제는 어벤져스는 마블코믹스의 히어로들이고 이와 비슷한 디시코믹스의 히어로들이 또 있다는 것이다. 2배로 복잡해지는 셈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은 바로 이 디시코믹스의 히어로들이고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디시 히어로들이 마블의 어벤져스처럼 단체로 영화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연합의 명칭은 저스티스 리그이다.

 

 세계 영화산업을 이끌고 있는 헐리웃에서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새로운 소재 발굴은 힘들고 영화 제작비는 천문학적으로 높아져 실패시 리스크 비용도 덩달아 천문학적이 되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히어로 무비들은 이러한 헐리웃의 고민에 대한 안정적인 대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트렌드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법.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우선, 액션 쟝르 중 하나로 분류되는 히어로 무비가 하나의 쟝르로서 독립할 수 있느냐 하는 것과 숫자상으로도 너무 많아지면 관객들이 식상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달간만 보더라도 '데드풀', '앤트맨', '어벤져스 2' 등이 공개되었고 조만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공개될 예정이다. 양적으로 늘어난 히어로 무비들을 모두 필관 무비 리스트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또 다른 히어로 무비의 한계는 너무 어려워 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히어로 무비들은 관람하는데 사전지식이 거의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이미 유명한 캐릭터들이 영화화 되었다. 수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그러나, 마블 어벤져스가 등장하면서 서로 다른 세계에서 활동하던 히어로들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게 되었다. 서로 연합하기도 하고 반목하기도 하는 히어로들의 스토리는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워 지기 시작했다. 만화들이 그렇게 하듯이 히어로 영화들도 매니아(오타쿠)만이 즐기는 분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히어로 무비들이 보통 액션신들이 많아 제작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갈수록 매니아 성향을 띄게 된다면 대중적이어야 되는 액션영화가 매니아 성향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관객동원력에 한계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원작을 모르는 필자같은 사람은 '배트맨 대 슈퍼맨'의 티저를 보고 '같은 편끼리 왜 싸워?' 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 한 예이다.

 슈퍼맨과 배트맨은 가장 많이 영화화된 슈퍼 히어로들이다. 이들은 각 새대별로 그들의 팬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세대별로 기억하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조금씩 틀리다. 필자가 본 한도에선 헨리 카빌과 벤 애플릭은 각각의 인물을 연기한 세번째 정도 배우들이다. 물론 영화에서 말이다. 어떤 사람들에겐 첫번째 일수도 또 두번째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난감한 것은 자신이 기억하는 그 슈퍼맨의 몇번째 순서는 인터넷 검색만 잠깐하는 것만으로 순위가 뒤로 확 밀려버린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실 벤 애플릭이 배트맨에 어울리는 인물이지 혹은 가장 슈퍼맨 다운 수퍼맨은 '크리스토퍼 리브'인지 아닌지 하는 논쟁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왜냐면 앞으로도 배트맨과 슈퍼맨들은 스크린에 계속 등장할 것이고 관객들의 세대가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장 배트맨 다운 배트맨은 계속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배우에 따라 또 감독에 따라 시대에 따라 슈퍼맨의 스타일은 구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에 벤 애플릭이 새로 연기한 배트맨은 크리스챤 베일이 연기한 전(?) 배트맨보다 덩치가 커졌다. 단순히 배우의 덩치 때문이 아니라 배트맨 슈트의 변화 때문이다. 날렵한 면을 다소 손해보고 육중해지고 튼튼해진 느낌이다. 눈에 광원까지 달아 마치 아이언 맨의 초기 버젼같이 보이기도 한다. 유머있고 여유있던 전임자(?)들에 비해 약간 나이가 들어 보이고 더 어두운 성격으로 바뀌었다. 부모를 비명에 잃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비중있게 표현되고 슈퍼맨에 대해 과도한 열등감과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슈퍼맨도 계속되는 배트맨의 비방과 공격에 서서히 평정심을 잃어가, 전임자(?)들과는 달리 모함과 분노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걸로 묘사되어 있다.

 전 새대들의 배트맨과 슈퍼맨 영화들이 절대악과 절대선들의 대결이었다면 '배트맨 대 슈퍼맨'은 절대 악은 윤곽이 나오지만 그에 맞서는 절대 선들의 면면은 나약하고 상대를 향한 복수심과 우울감을 감추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들로 그려진다. 보통 사람과 비슷하게 분노하고 시기하는 슈퍼 히어로들의 인간적인 면이 관람포인트가 될 수 있고,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두 히어로의 도시 즉 고담시와 메트로폴리스가 사실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는 사실도 영화는 알게 해준다. (고담과 메트로폴리스가 같은 도시가 아니어서 왠지 다행이다.) 대립하던 두 인물은 생명을 건 혈투를 벌이는데 이들이 대립하게 된 이유도 사실 좀 설득력이 없는데 극적인 반전으로 서로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것도 사실 좀 뜬금없는 면이 있다. 아무튼 그렇게 하여 그들은 마블 어벤져스에 대적(?)할 저스티스 리그 결성을 위한 합동액션을 선 보인다.

 잭 스나이더의 영화들은 액션도 액션이지만 영화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잘 알려진 '300'이라든가 '왓치맨'이라든가. 최근 '맨 오브 스틸'에서도 볼 수 있듯이 리차드 도너의 밝고 화사한 색감의 슈퍼맨을 강인하고 현대적인 스타일로 바꾸었고, 이번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선 배트맨의 어두운 면을 극대화 시키는가 하면 슈퍼맨의 초자연적인 힘에 통제불가능하고 위험한 파워로 이미징하여 불가능한 매치(물론 원작에 있었겠지만)를 성사시켰다. 어둡고 침울한 면을 부각시키는데 좋은 재주를 지니고 있는 것 같은 감독은 특히 이 영화의 초반부 배트맨이 슈퍼맨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일련의 장면 등에서 과감한 크로즈 업과 어두운 색감으로 이전 영화들의 색깔과 차별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보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어차피 팀 버튼 같은 스타일리쉬한 감독도 배트맨을 만든 적이 있으니까.